▶ 가격 오르고 조건 깐깐
▶ 민간 보험사 ‘엑소더스’
▶ 주 ‘페어플랜’ 가입자는 지난 2년 두 배나 폭증

민간 주택보험이 너무 비싸 혜택이 적은 주 페어플랜에 가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로이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주택소유주들이 지속적으로 치솟는 주택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보험가입을 포기하거나 일부는 보험사의 까다로운 조건 등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화재 등 자연재해 발생 시 주택소유주들이 심각한 재정 피해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높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민간 보험사들이 자연재해 위험을 이유로 신규 보험 판매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페어플랜’(FAIR Plan)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매체 SF게이트에 따르면 페어플랜의 가입 건수는 2023년 9월 33만건에서 올해 6월 61만건으로 약 85% 급증했다. 불과 21개월 만에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중반까지는 매월 평균 28%씩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가입자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페어플랜은 민간 보험사로부터 가입을 거부당한 주택 소유자들에게 ‘마지막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제도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에 등록된 모든 민간 보험사들이 리스크를 나누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식이지만 일종의 공공 보험으로 분류되고 있다.
문제는 보험료가 민간 보험보다 저렴하지 않고,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주거용 보험 한도는 최대 300만달러, 상업용은 건당 최대 2,000만달러까지 보상하지만, 민간 보험사가 제공하는 인명 피해나 생활 보장 범위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본 보장은 화재, 번개, 연기, 내부 폭발에만 적용되며, 누수나 도난, 법적 책임 보장은 별도의 보조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
많은 주택 소유주들은 민간 보험사의 높은 비용이나 까다로운 가입 조건으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페어플랜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LA 카운티를 휩쓴 펠리세이즈와 이튼 화재 등 사상 최악의 산불은 페어플랜의 재정적 위험을 눈덩이처럼 불리게 만들었다.
페어플랜의 총 노출액은 불과 9개월 사이 42% 급등해 6,500억달러에 달했으며, 보험 가입자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도 같은 기간 33% 증가해 18억 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6억4,000만달러는 주거용 부동산 보험, 2억120만 달러는 상업용 부동산 위험 보장액이었다.
기후 변화의 파장은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삼림 지대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보험 가입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주택 거래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중개인협회(CAR)에 따르면 보험 가입 문제로 2024년에만 전체 주택 거래의 약 13%가 취소됐는데, 이는 2023년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캘리포니아 보험국장 리카르도 라라는 민간 보험사들이 산불 고위험 지역에서도 다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라라 국장은 “수십 년간의 방치가 결국 보험 가용성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페어플랜 의존도를 줄이고 주택 소유주와 사업주들이 ‘최후의 수단’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라라 국장은 이어 “단순히 페어플랜 확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없으며, 민간 보험사들의 시장 복귀와 경쟁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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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