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무리 합법이라지만… 시도때도 없이‘남용’ 한인들 마리화나‘골머리’

2025-08-09 (토) 12:00:00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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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세대아파트 주민간 갈등

▶ 효과적 대응 현실적으로 어려워

중재 시스템 매뉴얼 마련 사급

# 퀸즈 아스토리아 소재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신모씨는 아파트 환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마리화나 냄새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출산해 신생아를 돌보는 신씨는 견디기 힘든 냄새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실내 흡연을 직접 목격해야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 왔다. 지속되는 냄새에 신씨가 거듭 중재를 요청하자, 관리사무소는 마리화나 흡연이 의심되는 세대를 방문해 흡연 자제를 부탁했다. 그러나 해당 입주민은 뉴욕주에서 기호용 마리화나는 합법이며 실내 흡연도 자신의 권리라고 오히려 반발했다. 수개월에 걸친 감정 소모 끝에 결국 신씨는 이사를 결심했다.

지난 2021년 3월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뉴욕주는 2022년 12월 첫 마리화나 판매점이 문을 열었지만 기대했던 긍정적 효과와 달리 아파트와 공원, 도로변 등지에 퍼지는 고약한 냄새,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으로 마리화나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불법 마리화나 문제도 여전해 뉴욕시는 1년간(2024년 5월~2025년 5월)의 단속을 통해, 시내 1,400개 이상 불법 마리화나 판매업소를 폐쇄 조치하고, 9,500만달러 상당의 불법 마리화나 제품을 압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이후 마리화나 냄새 문제는 단순 불편을 넘어 주민 건강과 생활의 질을 위협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아파트 등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환기구나 창문을 통해 냄새가 쉽게 유입돼 피해가 크다.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마리화나 연기에 포함된 유해 성분이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영·유아와 노약자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 자료에 따르면 마리화나 연기 속 미세먼지(PM2.5) 농도는 담배 연기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 아이·노약자·호흡기 질환자가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건강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

마리화나 흡연 장소에 관한 법적 규제 또한 복잡하다.
뉴욕주법(마리화나 규제 및 과세법·MRTA)에 따르면 건물의 공공구역, 공원, 해변 및 산책로, 공공 골프장, 보행자가 다니는 광장, 스포츠 경기장 내부 및 부지, 학교나 보육시설 근처 보도, 식당, 술집, 대중교통 지역, 차량(주차상태 포함), 실내 작업장 등에서의 마리화나 흡연은 금지된다. 또한 연방법이 적용되는 연방정부 지원 공공주택(NYCHA)도 건물 내 흡연이 금지된다.

하지만 개인 건물 경우 건물주가 건물내 흡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흡연을 금지하지 않는 건물의 거주민 경우, 마리화나 냄새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

특히 뉴욕시는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2021년부터 차량 내 마리화나 흡연을 제외하고 공공장소 마리화나 흡연에 대한 단속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가 개인 권리와 공공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주민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 시스템과 구체적인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커뮤니티 차원의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마리화나 흡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웃 간 배려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마리화나 냄새와 높은 접근성에 노출되면서 조기 흡연과 중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플러싱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정모씨는 “마리화나 판매점 주변에는 도로 중앙이며 주변까지 늘 불법 주정차 차량이 가득하다”며 “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마리화나 판매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자녀들은 마리화나 판매점 앞을 지나갈 때마다 무엇을 파는 가게냐고 물어본다”며 “마리화나가 아무리 합법이라고 해도 결국 마약인데,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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