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롱비치항, 컨테이너 처리 급감
▶ 2023년 상반기 후 가장 낮은 수치
▶ 항만 노동자 등 후방경제 악영향
▶ “연말 물품가격 폭등 가능성 커져”

미 서부 관문이자 수출입 전초기지인 LA 항만 전경. [로이터]
미 서부 해안의 관문이자 최대 컨테이너 항만 복합단지인 남가주 항만이 무역 전쟁의 여파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인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량이 절대적인 남가주 항만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급감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항만 운영은 물론 주변 물류 및 운송 산업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7일 LA 비즈니스 저널에 따르면 지난 5월 LA항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71만6,619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롱비치항은 전년 대비 8% 줄어든 63만9,16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이들 화물 처리량은 두 항만 모두 2023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월별 추세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LA항과 롱비치항의 5월 물동량은 전월 대비 각각 19%와 26% 쪼그라들었다. 이는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남가주 항만의 물동량 급감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중국산 수입품에 이른바 ‘관세 폭탄’이 떨어지면서 수입업체들이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했고, 앞서 지난 4월에 몰아서 물류를 처리했던 프론트로딩 효과가 사라지며 5월 급감이라는 반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5월 중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의 LA항과 롱비치항 도착물량은 각각 29.9%와 31.6% 감소했다. 미중 간 무역 흐름의 둔화가 항만 수요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LA항의 선박 입항 일수는 하루 평균 12척에서 약 5척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도크 노동자의 작업 주문도 거의 50% 감소했다.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는 항만 터미널의 운영 시간 단축,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항만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항만과 연계된 트럭 운송업, 창고업, 철도 운송업 등 물류 산업 전반에 걸쳐 일감이 줄어들면서 연쇄적인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물동량 감소는 미국 항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7.2% 감소, 월간 기준으로는 전월보다 9.7% 감소하며 올 들어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기간 내에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월간 항만 수입 예측 지표 보고서인 글로벌 포트 트래커(Global Port Tracker)는 8월 물동량은 208만 TEU로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9월 물동량은 182만 TEU로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2023년 12월 187만 TEU 이후 최저치다. Port Tracker는 10월 물동량은 181만 TEU로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11월 물동량은 170만 TEU로 전년 동기 대비 21.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LA항만청의 진 세로카 전무이사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무역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연말 휴가철에 가격이 상승하고 선택의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급변하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소비자, 기업, 그리고 근로자 모두에게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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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