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메디케이드 재가서비스 대상자 450만명…삶에 중대한 영향”
▶ 백악관은 “예산삭감, 재가서비스에 영향 無…여론 호도”
'메디케이드' 서비스에 의존해 삶의 질을 지켜오던 미국의 중증 장애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조 달러(약 1천400조원) 규모로 관련 예산 삭감을 추진함에 따라 그동안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버팀목이 됐던 메디케이드 서비스가 기존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메디케이드는 통상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서비스로 잘 알려졌지만, 다양한 소득 계층의 장애인에게도 의료·요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사회 기반 재가요양 서비스'(HCBS)도 메디케이드가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다. 중증 장애인 등 서비스 대상자를 요양시설이나 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요양 보호사 또는 간호사가 직접 집에 방문해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대상자가 시설 밖에서 학교·직장 등을 다니며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최대 장점이다.
메디케이드는 방문 간호사 인건비나 의료 소모품 비용 등을 지원한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이른바 '웨이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보다 더 광범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지원이 없다면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 등 개인이 부담하기 어려운 막대한 비용을 홀로 책임져야 한다.
메릴랜드의 장애인 인권운동가이자, 자신도 파킨슨병에서 비롯된 근육 이상을 앓고 있는 로브 스톤 씨는 NYT에 "그냥 생존만 하고 싶지는 않다"며 "메디케이드 덕분에 사회에서 충실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내 인생은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건의료 연구단체 KFF에 따르면 이런 HCBS 서비스 대상자는 미국 전역에서 450만명에 이른다.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의 영향이 현실화할 경우 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타격이 갈 수 있다.
주 정부가 HCBS 서비스 제공 시간을 줄이거나, 웨이버 프로그램을 없앨 수 있고, 간호사·요양보호사의 임금을 깎을 가능성이 있다. 또 신규 HCBS서비스 대상자를 결정할 때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웨이버' 프로그램 대상자 선정을 지연하는 방식도 예상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 삭감이 HCBS 대상자인 중증 장애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각 주 정부가 예산 조정만으로도 충분히 연방 예산 감소 폭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티오 머켈 백악관 정책보좌관은 예산 삭감이 HCBS 서비스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 "고의적인 여론 호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벤저민 소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예산 조정만으로 감소 폭을 메울 수 있다는 백악관의 주장에 대해 "그건 희망사항"이라고 일축했다.
NYT는 어떤 환자가 메디케이드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유타주의 한 10세 희소병 환자는 24시간 집중 돌봄이 필요하다. 인공항문 주머니를 하루 수 차례 교체해야 하고, 체외 노출된 장은 수시로 상태를 살펴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이 아이를 돌보려면 메디케이드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피부 질환자인 한 4세 아이는 '웨이버' 프로그램 덕분에 감염 예방용 의료 소모품과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을 받고 있다. 또 미토콘드리아 질환으로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는 8세 환자는 지금도 간호사가 휴가라도 가는 날엔 학교에 가지 못한다.
NYT는 이들의 사례를 전하면서 "장애인, 장애아동의 가족이 메디케이드 예산이 어떤 방식으로든 삭감되는 경우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