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케네디 보건장관, 의사들 백신으로 돈 챙긴다며 불신 조장…실제론?

2025-07-15 (화) 07: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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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돈 벌려고 백신접종 권유하는 것 아니다…대부분 본전 혹은 손해”

의사들이 이익을 챙기려고 백신 접종을 권유한다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사실에 어긋난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5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케네디 장관은 지난달 30일 극우 논객으로 유명한 터커 칼슨의 팟캐스트 '터커 칼슨 쇼'에 출연해 백신 접종 반대론을 펼쳤다.

그는 백신 접종이 계속되는 것은 "비뚤어진 인센티브"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의사들은 우리가 계속 아프도록 해서 돈을 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이 장사로서는 손해보는 일이라는 게 의사들 사이에 널리 퍼진 인식이며, 소아과 의사들 대부분은 예방접종으로 본전치기를 하거나 손해를 보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백신 접종을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아서 가정의학 의료기관 중 약 4분의 1과 소아과 의사 12%가 이를 포기했다는 연구가 2017년에 발표되기도 했다.

NYT는 케네디 장관의 발언이 이런 데이터를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의사의 동기를 의심해야 한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 전문가로부터 나온다고 전했다.

콜로라도대 안슈츠 메디컬 캠퍼스에 소아과 의사로 재직 중인 예방의학 전문가 데이비드 히긴스 교수는 "우리(소아과의사들)가 돈을 벌려고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한다는 생각은, 정직하게 얘기해서, 그릇된 생각을 불어넣는 것이며 위험하다"면서 "실제로는 백신 접종을 제공하기 위해서 장애물들을 극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케네디 장관은 터커 칼슨 쇼에서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는 매출의 50%를 백신에서 올린다"는 연구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런 말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NYT는 보건복지부에 이런 통계치의 근거를 물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으며 기사 작성을 위해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모두 그런 얘기를 들어 본 바가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 의료기관들의 백신 확보 경로는 크게 2가지다.


백신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하는 경우와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연방정부 사업인 '어린이들을 위한 백신'(VFC)을 통해서 받는 경우로,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대략 절반이다

이 중 제조업체 직매입의 경우 백신 매입 가격을 회수하려면 접종을 한 후에 환자의 건강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소량만 매입하는 소규모 의료기관들은 조건이 불리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의사들이 백신 가격과 별도로 '백신 접종료'를 건강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상시 비용이나 정전 등으로 백신이 못 쓰게 되었을 경우에 대한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백신을 VFC를 통해 받는 경우는 백신에서 이문을 남길 소지가 아예 없으며 의사들에게 지급되는 백신 접종료는 더욱 적다.

NYT는 디트로이트 교외에서 소규모로 가정의학 의원을 운영하는 스테이시 바텔의 사례를 소개했다.

바텔은 백신 접종을 위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그렇게 하지 못해서 환자들을 약국이나 보건소로 보내고 있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 중 백신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가격이나 접종료 외에, 의료기관이 일정 기준을 달성했을 때 건강보험사로부터 보너스를 받는 경우가 있으나, 백신 접종률은 수십개의 보너스 기준 중 하나에 불과하며 보너스 액수도 크지 않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히긴스 교수는 의학 전문 분야 중 수입이 가장 박한 곳 중 하나인데도 자발적으로 소아과를 택한 이들이 많다면서,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소아과 의사들의 동기는 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케네디 장관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 "만약 우리의 동기가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더라면, 질병을 예방하는 것보다 예방 가능한 질병의 합병증을 치료하는 것으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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