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말 에세이] 퀘렌시아(Querencia)

2025-07-11 (금) 08:18:18 김미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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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칸쿤은 4시간 거리라 6시간 가는 캘리포니아보다 빠르다.
바쁜 일상이 반복되는 시간에서 벗어나 며칠간의 칸쿤 여행은 내게 큰 휴식처가 되었다.

버거운 일상 속에서 나만의 안식처를 찾고 싶었고 태양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가를 즐기는 시간은 지친 심신이 힐링되는 순간이었다.
살면서 느끼는 건 피로를 무시하고 일에 얽매인다면 늘 그 대가는 지불 받아야 하고 반드시 재충전을 해야 다음 일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다 갑자기 쉴만하니 아프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기 때문이다.
늘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매일을 반복하는 나날이니 정신도 릴렉스가 되어야하고 육체도 노동의 끝에는 위안과 휴식을 주며 스스로를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이나마 현실을 잊고 휴가를 즐긴다는 일 자체가 자유를 가진 날아가는 새였다.
어느 시인의 글처럼 “자유를 위해 나는 게 아니라 나는 것 자체가 자유이고 높이 날수록 더 많이 본다”라는 새들에게서 비상의 의미를 배운다.

삶은 진정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익히며 알아가고 반성하며 내공을 쌓으며 사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위한 삶이어야 하고 어찌 살아야 하는지 명상 속을 걷지만 늘 같은 나날이 지날 뿐이다.

휙휙 지나치는 삶 속에서 잠시 나만의 쉼터 같은 공간을 찾아 고요한 마음이 되었다. 인간은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땐 명상과 기도를 통해 자신만의 안식처인 성소를 찾는다.
나만의 공간에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다.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곳에서 힘을 모아 기운을 찾아 재충전을 한다. 그 곳에서 휴식을 가진 소는 더 이상 두렵지 않고 자신만의 안식처에서 지친 숨을 고르고 다시 투우사와의 싸움에 나간다.

휴식을 할 수 있는 곳을 스페인에서는 ‘퀘렌시아’라 하고 자신이 자신다워질 수 있는 장소로 충전할 수 있는 애착과 귀소본능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 명상 같은 음악을 즐기고 릴랙스하는 마음을 갖고 싶은 것이다.

때론 하늘과 땅에 가득한 기쁨을 누리는 햇살 아래서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일,역시 포근하고 안락한 휴식을 즐기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야말로 휴식을 할 수 있는 좋은 안식처이다. 자아를 형성해 가는 일도 가정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집이란 나만이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고 포근하고 안락한 곳이 되어야 한다.


집은 가족들과 거주하며 생활하고 각자의 일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고 인성을 가르치고 의식주를 중요시 여기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예의범절을 배우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핵가족 시대에 사는 요즘 대가족이 모여 살며 양보도 배우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집은 진정한 안식처일 것이다.

마음의 휴식 공간이란 장소가 아니어도 음악으로 감정이나 정서에 자신만이 갖는 존재의 힐링이 되고 좋은 기운의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일을 찾아 하는 것도 휴식의 의미가 있다.

인간에게는 자생능력이 있듯 힘든 시간 뒤에는 또 다른 활력소를 찾아서 하기 마련이니 자신만을 위한 힐링을 갈구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노을이 붉게 물들던 서녘 하늘도 제 할 일을 다한 양 어느새 사라지고 회색의 밤이 되었다.

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퀘렌시아를 갖고 싶은 귀소 본능일 것이다.

<김미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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