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관세서한 압박’에 주요 무역 상대국들 방어 총력전

2025-07-06 (일) 0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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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국별 입장 나뉜 EU, 포괄협정 불가능하단 판단에 ‘기본 합의’ 목표로 협상

▶ 영국·베트남 이어 인도가 세 번째 합의 가능성…태국, 거듭 양보안 제시하며 美 설득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의 유예시한으로 제시한 시한이 오는 8일로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대한 상호관세를 지난 4월 2일 책정한 뒤 같은 달 9일 시행에 들어갔으나 곧바로 이를 90일 유예했고, 유예 만료 시점을 시한으로 삼아 각국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미국과 합의한 나라는 영국과 베트남뿐이다.

유예시한을 앞두고 가장 치열하게 움직이는 이들은 하나는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인 유럽연합(EU)이다.


미국과의 연간 교역 규모가 1조6천억유로에 달하는 EU는 최대 50%의 높은 상호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미국을 상대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나 주요 회원국별로 입장이 조금씩 다른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영국 방식의 신속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 온 반면에, 프랑스의 경우 성급한 합의 보다는 시간을 두고 버티는 것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한 EU 외교관은 영국 매체 가디언에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합의에 도달해야 하느냐, 아니면 합의안이 충분히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좀 더 힘을 보여줘야 하느냐가 회원국들 사이에 큰 쟁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제시한 유예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국가들은 기본 합의를 맺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EU가 "(미국산) 버번 위스키부터 보잉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 위협을 이어가다가 포괄적 무역협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난주 인정했다"면서 "대신 유럽은 원칙에 대한 합의, 즉 '기본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영국과 베트남에 이어 인도가 미국과 세 번째 합의국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주간 인도와의 협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해왔고,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이 지난주 워싱턴DC를 방문해 물밑 대화를 이어갔다.


미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인도는 대비책도 마련한 상태다. 지난주 인도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한국 정부 역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잇달아 워싱턴DC로 급파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막판 합의 도출을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쉽게 양보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최근 두차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전화 통화로 관세 문제를 협의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동맹국이라도 할 말은 해야한다"며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태국은 미국에 거듭 양보안을 제시하며 막판 합의 타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차이 춘하바지라 태국 재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460억달러인 대미 무역흑자를 5년 내로 70% 줄이고 7~8년 후 균형을 맞추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태국은 미국으로부터 10%의 기본관세율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압박전략을 이어갔다.

그는 6일 무역 상대국에 관세 서한을 보내거나 협상 타결을 보는 것으로 오는 9일까지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면서 "나는 우리가 대부분 국가(와의 협상)를 7월 9일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한 아니면 합의(a deal)"라고 강조했다.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국가들에는 자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관세율을 서한으로 통보하는 것으로 무역협상을 종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상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일방적으로 제시한 뒤 협상의 시한을 두고 몰아붙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술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 도래하는 시한을 앞두고 해결하기 어려웠던 일련의 무역 합의를 해결함으로써 모멘텀을 공고히 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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