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릴랜드 이전 취소…법무부 청사 인근 입주에 보안조치 등 문제 우려도
워싱턴DC 시내에 있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본부를 메릴랜드주의 새 부지에 건물을 신축해 이전하려던 계획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소했다.
이에 따라 FBI는 옛 미국국제개발처(USAID)가 폐쇄되기 전까지 청사로 사용하던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 입주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총무청(GSA)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런 방침을 밝혔다.
GSA는 FBI가 1975년부터 사용해온 '제이 에드거 후버 빌딩'을 보수해서 쓰거나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스 카운티 그린벨트 시에 신청사를 짓는 계획보다 로널드 레이건 빌딩으로 옮기는 것이 효율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초대 FBI 국장 이름을 딴 후버 빌딩은 수도관이 삭고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등 심하게 노후해 이를 보수해서 사용하려면 3억 달러(4천억 원)가 필요하고, 계획대로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에 신청사를 지으려면 "수십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GSA는 설명했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입장문에서 "로널드 레이건 빌딩으로 이사하는 것은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우리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에 가장 비용대비 효과가 크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길"이라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는 FBI 직원 3천500∼4천명이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WP는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전했다.
구체적인 이전 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나, 이르면 9월초부터 일부 이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작년 11월에 발표된 메릴랜드주 그린벨트 FBI 신청사 건립 계획은 취소됐다.
연방정부, 연방의회, FBI 등은 현 FBI 청사의 노후화가 심해 계속 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15년간에 걸쳐 청사 이전 논의를 벌여 왔으며, 버지니아주 1곳과 메릴랜드주 2곳 등 최종후보 3곳 가운데 워싱턴DC 도심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인 메릴랜드주 그린벨트가 선정됐다.
선정 과정에 이해관계 충돌 등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GSA는 검토 결과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이해관계 충돌은 없었다는 결론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인 올해 2월에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법무부 청사를 방문해 연설하면서 메릴랜드주 그린벨트 이전계획을 백지화하고 FBI 본부를 워싱턴DC 시내에 그대로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진보세력이 우세한 주인 메릴랜드주에, 3시간 걸리는 곳에 FBI 본부를 지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릴랜드의 정치적 성향이 이전 계획 취소와는 무관하다면서도 "하지만 (이전 계획을) 중단시키겠다. 그런 일(FBI 본부의 메릴랜드 이전)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온 후 워싱턴DC와 그 근교에 있는 FBI 시설을 축소하고 앨라배마주 헌츠빌로 보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트럼프는 1기 집권기에도 FBI 청사 이전 논의에 직접 개입한 적이 있다.
취임 첫 해인 2017년 그는 워싱턴DC의 다른 좁은 건물로 FBI를 옮기되, 수용이 불가능해지는 인원 2천300명은 앨라배마, 아이다오, 웨스트버지니아 등 워싱턴DC 권역에서 먼 곳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실현하지는 못했다.
FBI 신청사로 쓰일 로널드 레이건 빌딩은 FBI의 상위 기관인 법무부의 본부 청사와 불과 몇백m 거리에 있어 양 기관 관계자들이 국가안보에 관한 긴밀한 협의를수시로 하는 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워싱턴DC와 그 근교에 있는 연방정부 소유 건물 중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에 있는 펜타곤(국방부 청사) 다음으로 큰 건물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는 폐쇄된 USAID뿐만 아니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본부와 다른 민간 세입자들, 일반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푸드코트, 결혼식 등에 쓰이는 예식장 등이 입주해 있어 보안 조치를 하기가 까다롭다는 문제점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