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공격에 이란 ‘봉쇄’로 보복할까 초긴장…이란 의회도 ‘봉쇄 의결’
▶ 그리스 해양부 “호르무즈 통과 재검토하고 안전한 항구에서 대기” 권고

호르무즈 해협과 트럼프 대통령의 두상 [로이터]
초대형 유조선 2척이 미국의 이란 공격 직후 호르무즈 해협 초입에서 빈손으로 유턴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국제 해운업계도 경계 태세를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방향으로 호르무즈 해협 초입에 들어서던 코스위즈덤레이크호, 사우스로열티호 등 초대형 유조선 2척이 미국의 이란 폭격 직후인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초입에서 항로를 정반대 아라비아해 방향으로 급변경했다.
두 유조선의 항로 변경에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이 해역에서 급증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애 등 통신 이상 현상이 급증했으나, 이번 항로변경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두 유조선은 각각 한 번에 200만 배럴까지 선적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치솟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런 소득 없이도 회항을 결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의 약 4분의 1이 통과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이 비교적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돼 있는데, 이런 대형 선박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는 점에서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이란은 의회(마즐리스)가 미국의 폭격에 대응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한 상태다.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봉쇄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각국 정부와 해운업계 등은 상황을 예의 주시 하고 있다.
세계 최다 유조선 보유국인 그리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그리스 해양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계획 중인 선박의 소유주, 해운사 등에 보낸 통지문에서 항로를 재검토하고 인근 안전한 항구에서 대기할 것을 권고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접촉한 그리스 해운사 3곳 가운데 1곳은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1곳은 이 해역을 최대한 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1곳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험성이 급등한 상황에도 선박 소유주들이 정부와 각국 해군의 경고를 듣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운송 요금도 올라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중동 지역 선박에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미군 주도의 다국적 연합인 합동해상정보센터(JMIC)는 "미국과 관련된 해운업체의 경우 극도의 주의와 잠재적 항로 변경 고려를 강력히 권고한다"며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관련 없는 선박은 위협 수준이 현재 더 낮지만 관련 지침을 준수하고 의심 사건을 모두 보고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JMIC는 다만 미국과 연계된 선박이 당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면서 "이는 당장의 미래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