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왕따 소녀… 범인은 불량청소년? 부모?
2025-06-13 (금) 12:00:00
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 디즈니플러스 ‘언더 더 브릿지’
▶ 이해와 포용의 중요성 강조

젊은 작가 리베카는 미국 뉴욕에서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10대 소녀의 죽음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14세 소녀 리나(브리티카 굽타)는 외톨이다. 그는 캐나다 작은 도시 사니치에 거주하는 인도계다. 또래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 리나의 눈에 위탁시설에 사는 불량 소녀들이 들어온다.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이 살며 자신들만의 우정을 다지는 듯한 그들이 부럽기만 하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매사 엄격한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강하기도 하다. 불량 소녀들은 리나를 받아들일 듯하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리나의 간절함은 그들에게 놀이도구나 마찬가지라서다. 어느 날 리나는 실종되고 강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불량 소녀들이 용의자로 떠오른다. 여자 경찰 캠(릴리 글래드스턴)이 수사를 맡는다. 미국 뉴욕에서 막 고향으로 돌아온 작가 리베카(라일리 코프)가 사건에 관심을 둔다. 새 책 소재를 찾던 그에게는 흥미로운 사건이라서다.
불량 소녀들의 리더는 조세핀(클로이 기드리)이다. 그는 주변 또래들을 모아 ‘크립스 마피아 카르텔’이라는 불량 조직을 만든다. 조세핀은 리나가 자기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또래들을 동원해 리나에게 집단 폭력을 가한다. 조세핀이 유력 용의자인 이유다. 하지만 캠은 조세핀의 알리바이가 성립된다는 걸 확인하고 절망한다.
리나의 부모가 수상하기도 하다. 리나의 아버지 만지트(에즈라 파로크 칸)는 최근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혹시 만지트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건 아닐까.
드라마는 살인범 찾기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리나는 왜 불량 소녀들과 어울리고 싶었을까에도 초점을 둔다. 아버지 만지트는 캐나다 여행을 왔다가 리나의 어머니 수만(아치 판자비)과 결혼했다. 종교와 신분을 뛰어넘은 결합이었다. 둘에게 소도시 사니치는 새 삶이라는 꿈을 펼칠 공간이었다. 리나가 숨지면서 그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됐다.
무엇이 리나를 외톨이로 만들었을까. 조세핀과 또래들은 왜 리나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은 걸까. 리나가 이민자라서다.
사니치는 겉보기에 평화로운 곳이다. 사람들은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지 않는다. 리나를 괴롭힌 건 마음속 인종주의다. 경찰들은 원래 리나의 실종을 단순 가출로 봤다. 캠만이 심상치 않게 여겼다. 그가 아메리칸 원주민 혈통이라 좀 더 민감하게 사건을 바라본 거 아닐까. 만지트의 체포 역시 인종주의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
드라마는 이해와 포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으로 리나를 품었다면, 불량 소녀들을 위탁시설이라는 제도에만 맡기지 않았다면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리베카가 리나의 고립감과 일탈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픈 가정사 때문이다. 의미 있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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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