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대 어디로 가나 - 키워드로 보는 세계
▶ 글로벌 경제질서·안보 구조 뿌리채 흔들릴 위기
▶ 한국 새 정부, 미 관세협상 신속 대처 어려운 과제
▶ ‘자국 우선’·‘다자외교’의 균형 어떻게 이룰지 관건
![[창간 56주년 특집] ‘미국 우선주의’ 귀환 선언에… “동맹도 재편될 것” [창간 56주년 특집] ‘미국 우선주의’ 귀환 선언에… “동맹도 재편될 것”](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6/08/20250608183702681.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2일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플랜을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
![[창간 56주년 특집] ‘미국 우선주의’ 귀환 선언에… “동맹도 재편될 것” [창간 56주년 특집] ‘미국 우선주의’ 귀환 선언에… “동맹도 재편될 것”](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6/08/20250608183702682.jpg)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러-우크라 전쟁 대처에 항의하는 1인 시위 모습. [로이터]
‘T.R.U.M.P.’가 상징하는 국제정세와 세계 질서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며‘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귀환을 선언했다.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미국의 부흥을 위해 동맹도, 국제기구도 필요하다면 재편될 것”이라며 전 세계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경제질서와 안보 구조를 크게 뒤흔들며,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이름의 머리글자를 딴 다섯 가지 키워드, Tariff(보호무역 부활), Realignment(세계질서 재편), Ukraine(우크라이나 전쟁), Militarization(군비 경쟁), Palestine(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질서의 향방과 한국에 미치는 파급력을 짚어본다. <노세희 기자>
T ■ Tariff - 보호무역주의 부활트럼프 2기 행정부는 5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전격 인상하며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한국은 미국에 철강을 연간 350만 톤 이상 수출하고 있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 인상으로 한국 철강 수출의 30%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도 ‘국산화 우선’ 원칙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전기차와 반도체에도 새로운 규제나 보복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압력에 직면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다시금 재평가하게 만들고 있다. 6·3 조기대선을 통해 출범한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취임 초부터 한미 간 관세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R ■ Realignment - 동맹 재조정과 방위비 분담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안보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20억 달러 이상의 증액을 요구했고, 한미 협상팀은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한국 내에서는 “트럼프 1기 때처럼 방위비 협상이 한미 관계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와 WHO 탈퇴 선언은 한국 외교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다자외교를 통한 협력과 분쟁조정을 중시해온 한국은, 미국의 탈퇴로 국제기구 내에서의 외교 공간이 좁아지는 부작용을 맞고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 한국의 다자외교 채널이 약화될 수 있어 외교적 고립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U ■ Ukraine -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국의 딜레마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유럽의 몫’으로 돌리며, 연간 1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이로 인해 휴전 협정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황은 러시아군의 공세로 더욱 불안정해졌고, 에너지와 식량 가격의 불안정성도 다시금 고조됐다.
한국도 이 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으로 국제 곡물가격은 15% 이상 급등했고, 에너지 수입 부담도 커졌다. 한미동맹의 긴밀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을 버린 미국이 한반도 위기 시에도 방위공약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에너지 및 식량 안보를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 ■ Militarization - 군비경쟁과 한국의 방위전략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하며 동아시아 동맹국에 자주국방 강화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2025년 방위예산을 GDP의 2.5%까지 끌어올렸고, 한국도 국방비를 12% 증액하며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미국의 ‘동맹 자립’ 기조에 대비해 독자적 전력 증강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동북아 군비 경쟁이 심화되면 한반도 긴장도 덩달아 고조될 수 있다. 트럼프의 ‘무기판매’ 외교로, 사우디·UAE 등에 미국산 무기가 대거 수출되는 동시에 한국도 첨단무기 도입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군사비 확충은 한국 정부의 재정적 부담과 함께, 한반도 긴장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 ■ Palestine - 중동 불안정과 한국의 에너지 위기트럼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지원을 전액 중단하고,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를 지지했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에서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며 중동 분쟁이 격화됐다.
중동의 불안정은 한국 경제에도 곧바로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원유·가스 가격이 20% 이상 급등했다. 한국 외교부는 “중동 정세가 한반도 경제·안보 리스크로 직결되는 만큼,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친 이스라엘 정책은 한국의 중동외교 균형추를 흔들고 있어, 외교 전략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트럼프 2기 이후의 시험대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세계에 각인시키며, 경제·안보·외교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은 주요 동맹국으로서 방위비·무역마찰·안보공약 등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고, 동시에 동북아의 군비 경쟁과 중동 불안정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도 마주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방위·외교·경제 전반에서 미국 중심의 압박을 어떻게 관리할지 중대한 시험대에 서게 됐다. 특히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을 넘어 ‘자국 우선’과 ‘다자외교’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