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거부권에 막혔던 법안들, 李 취임 이틀 차에 본회의 열어 신속 처리
▶ 대통령실 “거부권 쓸 이유 적어”…이르면 내주 국무회의 통과할 듯
▶ 민주 “이제 거부권 없는 세상”…국힘 “정쟁·보복법” 반발 속 일부 이탈

(서울=연합뉴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이 상정되고 있다. 2025.6.5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틀째 날인 5일(한국시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특검법안과 검사징계법 처리를 두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국회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첫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빠르게 처리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내란 종식' 기조에 힘을 실은 것이다.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윤석열 정부 때는 여야 견해차가 큰 쟁점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번번이 가로막혔으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거부권 행사-재표결·폐기'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현상도 끝날 전망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이날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 곧바로 법안이 공포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박찬대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오늘은 민주당이 집권 여당으로서 여는 첫 번째 본회의"라며 "내란 종식과 대한민국 정상화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오늘 3대 특검법안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짓밟은 내란 세력을 엄하게 단죄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제 우리 여당은 이재명 정부와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을 지는 공동 운명체로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과 자부심,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으로서 첫 의원총회와 본회의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일 때 특검법 반대 당론에 반기를 들었던 김 의원에게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격려 인사를 건넸다.
민주당은 이날 법안 처리 후 환영 입장을 밝히며 조만간 이 대통령이 이들 법안의 공포안을 재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해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거부권 없다. 국민께서 하셨다"고 환영했고, 최민희 의원도 "거부권 없는 세상의 첫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이 통과됐다"고 적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특검법은 많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이유는 매우 적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현재 국무위원들이 특검법 심의·의결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헌법에 따르면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이후 15일 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공포돼 이같은 반발이 생기더라도 큰 흐름에는 영향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번 특검법은 이르면 9일 정부에 이송된 뒤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혹여 더 지체되더라도 이번 달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공포되면 이후 특검 후보자 추천 및 임명 절차도 곧바로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이날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정했다.
다만 지도부 사퇴 선언 등 대선 패배 후 이어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밀한 표 단속이 이뤄지지 못한 분위기였다.
주진우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특검은 권력자를 제대로 수사 못 할까 봐 만든 제도이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검찰을 못 믿겠다고 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이 대통령에게 (검찰) 인사권이 있는데 왜 혈세를 들여서 별도의 특검을 해야 하나. 국민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주 의원은 "특검 단 한 건의 비용만 민주당 추산으로 155억원"이라며 "여당이 고른 특검은 대통령에게 잘 보여서 한자리하려는 욕심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검사징계법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을 수사한 사람을 징계하고 망신 주고 탄핵해 일을 못 하게 하려는 일종의 사법 테러, 보복 법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 의원이 토론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소개다", "김건희가 쓴 돈이 얼마인데", "김건희 수사를 했으면 됐잖아" 등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여당이면 여당답게 해"라고 맞받는 등 정권교체로 여야 공수가 뒤바뀐 장면도 연출됐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후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이 검찰총장, 국방부 장관 등을 다 임명할 수 있는데 특검을 추가로 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된다"며 "정쟁형 특검이 아닌 정상적 특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당론에 따라 국민의힘 다수 의원은 이날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친한(친한동훈)계 등 일부 의원들은 투표에 참여했다. 3개 특검법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5∼6표 나왔고, 검사징계법에 대한 찬성표는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