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국경을 군사기지화…군병력 8천명에 정찰기·해군함정까지 동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접경지역을 '군사 지역'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BBC 방송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3천100㎞에 이르는 미국-멕시코 국경선 곳곳에 '스트라이커 장갑차' 100여대가 배치됐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실전에서 활약하던 8륜 구동 중형 장갑차량이 민간인 대상 임무에 배치된 셈이다.
이밖에도 감시를 위한 정찰기와 드론이 국경 주변을 날아다니고, 바다에서는 해군 함정이 해안을 감시하고 있다. 국경에 배치된 군 장병이 총 8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BBC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과 경찰의 역할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치안 임무에 군을 투입했다고 비판한다.
미국 현행법에 따르면 군은 의회의 명백한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치안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군은 군사 시설 주변에서만 순찰이 허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난 4∼5월 멕시코 치와와주와 맞닿은 국경 인근의 광범위한 지역을 '국가 방위 구역'으로 선포했다.
지역 전체를 사실상의 군사기지로 선언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군이 해당 지역을 합법적으로 순찰할 수 있게 됐다고 BBC는 전했다.
싱크탱크 브레넌 정의센터의 엘리자베스 고이테인 선임국장은 BBC에 "전체 국경의 약 3분의 1을 군사시설로 바꿔놓으려는 것"이라며 "누군가 이 지역에 진입했다가 붙잡히면 군은 '기지 방어'를 이유로 들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남부 국경을 넘는 밀입국자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지난 4월 멕시코에서 미국 쪽으로 국경을 넘다 붙잡힌 밀입국자 수는 약 8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12만8천명)보다 95%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밀입국 시도자 수가 줄어든 만큼 군 투입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그러나 각 기관의 남부 국경 통제업무를 조율하는 남부국경합동태스크포스(TF)의 제러미 윈터스 준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95%는 봉쇄됐지만, 95%는 100%가 아니다. 95%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법을 어겨도 괜찮다는 말과 개념이 같다. 그러려고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경 통제 업무에 대한 군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