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성찰·개혁 필요” “스스로 해체하는 심정”…친한계, 지도부 압박
▶ 내일 의총서 수습책 논의…새 지도부 선출 여부 놓고 계파 충돌 가능성
▶ 한동훈·나경원·윤상현·안철수 당권주자 거론…’김문수 옹립론’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6.4 [공동취재]
국민의힘이 대선 이튿날인 4일(한국시간) 패배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계엄·탄핵 정국이라는 어려운 구도에서 치러진 대선이지만 3년 만에 정권을 내준 충격 속에 당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쇄신론이 분출하는 모습이다.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지도부 총사퇴 요구도 나왔지만,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명확한 거취 표명을 하지 않은 가운데 5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계파 간 충돌 가능성도 예상된다.
◇ 김문수 "깊은 성찰·개혁 필요"…김용태 "스스로 해체하는 심정"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패배를 계기로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김문수 전 후보는 선대위 해단식에서 대선 패배의 첫째 원인으로 "우리 당이 지금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신념,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명이 없기 때문"이라며 "당이 과연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당이냐, 민주주의는 아직 숨을 못 쉬는 당이냐, 이런 점에서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껍데기는 과감히 던지고 상식과 책임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거운 민심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겠다. 저희 당이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일 것"이라며 "패배의 책임에서 저를 비롯한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적었다.
총괄선대본부장이던 윤재옥 의원은 "이 모든 결과는 오롯이 저와 우리 당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뼈아픈 성찰과 깊은 반성으로 더 단단히, 더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 친한계 사퇴 압박, 지도부 거취 표명 유보…권성동 "내부 싸움 사라져야"
친한계를 중심으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대선 패배 책임 차원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라 터져 나왔다.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국 의원은 권 원내대표를 겨냥해 "이제 정말 떠날 때다. 오늘을 넘기지 마시라"고 했고, 김소희 의원도 "그동안 선거를 이유로 사퇴를 미뤄온 권 원내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즉각 용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거취 압박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유보했다. 이날 박대출 사무총장 외에 사의를 밝힌 지도부 인사는 없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도부 사퇴론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의견을 귀담아 듣고 있고 다양한 의견과 지혜를 모아 결정하겠다"면서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도 결과적으로 우리 당이 선거 패배에 대한 변화의 의지, 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할 의지가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선대위 해단식에서 "여러 가지 패인이 있겠지만 우리 당이 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적을 향해서 싸워야 되는데 내부를 향해서 싸우는 이런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된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장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몰아붙이려는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의 경륜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일주일 정도는 민주당의 동태를 보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내일 의총서 충돌 가능성…차기 당권 경쟁 구도도 고개
5일 오전 개최 예정인 의원총회에서는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 혹은 비대위 체제 연장, 새 원내대표 선출 등을 놓고 계파 간 입장이 충돌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대여(對與) 투쟁보다 내부 정리부터 해야 하는 단계"라며 "내일 의총에서부터 당장 그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 경쟁 구도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 기간 '당원 가입 배가 운동'을 펼친 한동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대선 패배에 대해 "국민께서 '불법 계엄'과 '불법 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신 것"이라며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나경원·윤상현·안철수 등 중진 의원들도 잠재적 당권 후보군으로 꼽힌다.
대선 득표율 40%를 넘긴 김 전 후보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기호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 '김 전 후보를 당 대표로 옹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원 문자를 공유했다.
한 의원이 그러면서 친한계를 겨냥해 "의원총회에 참석도 안 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줄줄이 의원총회를 열어달라고 하는 게 신기하다"고 꼬집자, 친한계 의원들이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