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니 라이스(Jeannie Rice)라는 77세 한인여성이 주류 언론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사는 그녀는 40년 동안 135개의 마라톤을 완주했는데 매번 자기 나이 그룹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6대 마라톤(보스턴, 시카고, 뉴욕, 베를린, 런던, 도쿄)을 석권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런던 마라톤에서는 75-79세 여성 세계최고기록(3시간33분27초)을 세웠다.
70대 노인이 하도 많은 마라톤에서 너무 많은 기록을 세우는 바람에 그녀의 불가사의한 체력은 의학계의 연구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가 응용생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소개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지니 라이스가 5피트2인치(158cm)에 95파운드(44kg)의 평범한 아시안 여성의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최대산소섭취량(VO2 max)은 25세 여성과 같다면서 “탁월한 유전자, 꾸준한 운동, 몸 관리, 건강한 식단으로 노화의 패턴을 벗어난 좋은 사례”라고 결론지었다.
시카고의 유재준씨는 또 다른 기적의 노인이다. 현재 92세인 그는 평생 일만 하다가 70세 때 의사의 권유로 걷기 시작해 차츰 달리기 강도를 높였는데, 80세에 처음 나간 시카고 마라톤에서 80세 이상 부문 1등을 차지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후 5년 동안 세계 6대 마라톤을 모두 3시간30분 전후 기록으로 완주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에는 7대륙 마라톤 완주를 달성했다.
7대륙 마라톤이란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남극 대륙에서의 마라톤을 뜻하는 것으로 이를 모두 완주한 사람은 전 세계에 약 400여명, 이중 최고령자가 바로 유씨다. 7대륙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것은 남극 ‘아이스’ 마라톤대회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해 킹조지 섬에서의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2주간의 일정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극한의 추위에다 사고를 대비한 보험까지 들어야 뛸 수 있는 대회라 어렵기로 유명하지만 그 특별한 경험 때문에 필생의 도전으로 삼는 마라토너들이 적지 않다.
두 마라토너의 예를 들었지만 이들 외에도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서 인생이 달라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한국에는 81세의 ‘몸짱 할머니’ 임종소씨가 있다. 70대 때부터 국내외 시니어 보디빌딩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한 그녀는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라는 메시지의 산증인으로 회자된다.
임씨는 젊어서부터 에어로빅을 했으나 74세에 척추협착이 와서 갑자기 걷지도 못하게 되었다. 휠체어를 타야할 정도로 심각해졌을 때 의사로부터 근력운동을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날로 체육관을 찾아 PT(개인지도훈련) 등록을 했다. 그때부터 주 3회 운동한 결과 한달이 지나자 어느새 통증이 줄었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매주 월수금 체육관에 가서 한 시간 반 동안 상체, 복근, 등, 하체를 고루 단련하는 운동을 해왔고 그 결과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에서 수차례 우승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아일랜드의 93세 노인 리처드 모건은 지니 라이스처럼 응용생리학 저널에 특별한 연구사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바 있다. 모건은 73세까지는 스포츠나 운동 훈련을 하지 않아 무릎이 삐걱거리는 평범한 노인이었다. 은퇴 후 느긋한 삶을 살던 그는 대학 조정선수인 손자의 조정 연습에 참석하곤 했는데 어느 날 한번 해보라는 코치의 권유로 노를 잡았다가 그대로 꽂혀 선수가 되었다. 이후 실내 조정경기에서 4번이나 세계 챔피언에 오른 모건의 훈련과 식단, 생리학을 연구한 학자들은 그가 건강한 30~40대의 유산소 엔진과 탱크 같은 체지방률을 갖고 있다며 그의 성공비결로 일관성 있는 훈련, 웨이트 트레이닝, 고단백질 식사를 꼽았다.
지난해 실험 노년학(Experimental Gerontology)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80~90대의 노인들도 역기운동을 하면 근력과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85세 이상의 고령자들에게 12주 동안 주 3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킨 결과 근육량이 평균 11%, 근력이 46%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운동은 기적을 가져다주지만 그 기적을 만드는 것은 꾸준함이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습관으로 만들어야한다. 단순한 걸 반복하는 훈련의 습관이 오랜 시간 쌓이면 어느새 달라져있는 자신의 몸을 보게 된다. 몸은 단번에 얻을 수 없고,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운동은 의지로 하는 것이다. 운동은 무엇이든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이를 즐길 수 있는 열정과 긍정이 필요하다. ‘이 나이에’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매순간 새롭게 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이다. 몸의 중심을 잡아주고 잘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 근육이다. 따라서 유산소운동도 중요하지만 나이 들수록 근육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근육량이 몸의 엔진 사이즈이고, 근육이 살길이며 근육이 곧 인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노인의 건강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작이 반이다. 근육부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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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