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1만3천여 유닛 공급
▶ 타운 등 입주 절차 불투명
▶ 정보 부족에 ‘뒷돈 의혹’도
지난 3월 독신남인 조모(45)씨는 손에 작은 메모장을 들고 LA 한인타운의 아파트 단지를 하나하나 방문했다. 비영리단체인 한인타운 노동연대(KIWA)로부터 받은 ‘저소득 유닛’(affordable housing unit) 리스트 11곳이 적힌 종이였다. “이 중 한 군데라도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조씨는 새로 들어선 고급 아파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담당자가 없다”, “아직 신청 안 받는다”, “연락처 남기고 가라” 등 무성의한 답변 뿐이었다. 그렇게 두 달이 흘렀고, 조씨가 다시 찾았을 때 관리인들은 “이미 끝났다”, “다 찼다”라고 말을 바꾸기 일쑤였다. 조씨는 “유닛들이 정말로 저소득층에게 제공된 건지 의문”이라며 “이건 아예 ‘그림의 떡’이다”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LA시는 2017년부터 ‘TOC(Transit Oriented Communities)’와 ‘DB(Density Bonus)’라는 두 가지 개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아파트 건축 시 일정 비율을 저소득층에게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시 당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승인된 저소득 유닛만 1만3,000여 세대에 이른다. LA 한인타운만 따져도 2,300여 세대다.
그러나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저소득 유닛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LA시 주택국은 외부 업체에 의뢰해 포털 사이트를 구축 중인데, 완료되기까지 1~2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KIWA에서 저소득층 주거시설 문제를 담당하는 윤대중 디렉터는 “대부분의 한인 신청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발길을 돌린다. 정보도 없고, 절차도 없고, 어떤 때는 말도 안 통하니 결국 못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문제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 아니다. 신청서조차 받지 않는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대응, 자격 없는 입주자 선정, 심지어는 뒷돈 거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입주 탈락자는 “친분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얘기, 돈을 줘야 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분개했다.
KIWA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나 웨스트 할리웃 같은 도시는 저소득 유닛 정보를 시정부 웹사이트나 신문에 게재하고, 로터리 방식으로 입주자를 선발하며 공정성을 유지한다. 윤대중 디렉터는 “LA도 신청 절차를 제도화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은 공공기관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고층 아파트가 늘어가는 LA 한인타운의 스카이라인 속, 저소득층 한인들의 삶의 공간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눈앞에 있는 듯하지만 닿을 수 없는 저소득 유닛을 찾는 한인들에게 아파트 관리회사들은 오늘도 여전히 “연락처 남기고 가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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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