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5% 관세경고’ 트럼프, 삼성폰도 콕 찍어… 미 공장 건설 ‘노골적 압박’

2025-05-27 (화) 12:00:00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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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말 시행땐 가격 상승 불가피
▶ 삼성 고가모델 주력 판매국인 미
▶ 인건비 부담 커 공장 짓기 쉽잖아

질문에 “삼성과 그 제품을 만드는 모든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미국에 수출되는 삼성 스마트폰에는 기본 관세율인 10%가 부과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초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했지만 이후 적용을 유예해 기본 관세만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높은 상호관세율이 매겨진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베트남은 46%의 초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처럼 6월 말께 스마트폰에 최소 25%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국가별 관세율과 미국 정책동향에 맞춰 전 세계에 흩어진 생산 기지를 이용한 생산량 분배 등을 통해 미국 관세정책에 대처해왔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갤럭시 A16 등 일부 모델의 인도 생산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미국 스마트폰 출하량의 제조국별 비중에서 인도가 26%로 지난해(16%) 대비 10%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중국(56%→52%)과 베트남(27%→21%)은 줄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 애플까지 거론하며 다시 한번 미국 생산을 압박해 생산 전략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미국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고가 모델의 주요 판매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의 공장 건설 비용이나 임금이 타 지역 대비 월등히 높아 스마트폰 공장을 짓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전의 경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이 있지만 스마트폰은 미 현지에 생산 시설이나 유휴 부지 등이 전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이 관세 때문에 미국에 대규모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대응을 놓고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가전·TV 제품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 확대가 필요하면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한 생산지 이전을 추진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한 것을 백악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다만 백악관이 한 달도 안 돼 삼성 측의 미국 생산 거점 투자를 또 압박하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공장 건설과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이전보다 엄청나게 증가했다”면서 “관세를 부담하더라도 미국에 공장을 짓기는 쉽지 않지만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확 달라진 정책 환경에 삼성이 어떤 결단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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