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속 분야 - 재산 없어 상속계획이 필요 없다는 분들에게

2025-05-22 (목) 04:16:20 에릭 김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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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궁금증 풀이

남겨줄 재산이 없기 때문에 상속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따지고 보면 재산이 없다는 말을 핑계였음이 금새 드러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은 골프 클럽 세트를 구입하는데 1만 달러를 쓰면서도 상속 계획에는 아주 인색한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사람마다 돈을 쓰는 우선순위가 다르긴 하지만, 돈이 없어서 상속계획을 못하겠다는 분들의 핑계를 없앨 비책을 제가 제시해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상속 계획을 제가 알려드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일은 자산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집, 자동차, 보석류, 은행 계좌, 투자 계좌, 은퇴 계좌, 보험 증권 또는 그 외의 가치 있는 자산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세요. 바인더를 하나 준비해서 계좌 명세서, 보험 증권, 등기서류, 출생/혼인 증명서, 사회보장카드, 세금 신고서, 유언장, 신탁 문서, 사전의료지시서, 재정 위임장 등 중요한 문서들을 정리해 넣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두면 만약 본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상속 담당자가 자산을 찾고 정리하는 데 훨씬 수월해집니다.


두 번째 팁은 각종 계좌의 수혜자(Beneficiary)를 지정하고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사망 시 지급(Payable on Death)' 양식, '사망 시 이전(Transfer on Death)' 양식, 생명 보험 수혜자 지정 양식 등을 확인하세요. 기본 수혜자(primary beneficiary)와 2차 수혜자(secondary beneficiary)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수혜자 양식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인생도 사랑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독신 남성이 100만 달러의 생명 보험에 가입하면서 여자친구를 수혜자로 지정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1년 후 큰 싸움 끝에 헤어지게 됩니다. 그는 생명 보험 수혜자 지정을 여자친구로 해놓은 사실을 잊어버리고, 5년 뒤에 사망하게 됩니다. 결국 전 여자친구가 100만 달러를 받게 되는 것이죠. 그는 아마 이런 일이 생기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상황이 이 정도로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수혜자 양식을 확인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됩니다.

또한 수혜자를 지정해 두면 상속 절차인 ‘프로베이트(Probate)’를 피할 수 있습니다. 프로베이트란 유언장의 유효성을 확인하거나 사망자의 유산을 법적으로 처리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몇 달이 걸리며, 상황에 따라 훨씬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유언장이나 신탁 (Trust) 문서가 있다면, 수혜자 지정과 유언장/신탁 문서 간의 불일치가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 간에 불일치가 있을 경우, 보통 수혜자 지정이 유언장이나 신탁보다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언장에는 A에게 모든 은행 계좌를 준다고 했는데, 해당 계좌의 수혜자 양식에는 B가 지정되어 있다면 B가 우선권을 갖게 됩니다. 이런 불일치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팁은 돈은 들지 않지만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간단한 유산 계획 방법입니다. 이는 포괄적인 유산 계획은 아니지만, 계획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의 (703)992-8668

<에릭 김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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