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전역 애국선열 묘지 발굴·복원 본격화

2025-05-21 (수)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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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랑청소년재단 학생들 대한인국민회 힘 모은다

▶ 로즈데일 묘지부터 시작

미 전역 애국선열 묘지 발굴·복원 본격화

지난 17일 애국지사 묘역이 31기가 있는 로즈데일 묘지에서 화랑 단원과 학부모 70여 명이 사전 탐방을 진행했다.

화랑청소년재단(총재 박윤숙)과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사장 클라라 원·이하 국민회)이 함께 ‘애국선열 묘지 발굴·복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 전역에 흩어진 애국선열들의 묘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보존·복원 작업에 방치된 묘역을 직접 찾아내고 역사적 인물을 식별해 국립묘지 이장까지 추진하는 장기 계획으로 나선 것이다.

박윤숙 총재는 19일 “그동안 미국 내 독립유공자 묘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사업은 단순한 묘지 정리에 그치지 않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정신을 후손들에게 전하는 미래지향적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이어 “6개월 넘게 대한인국민회와 함께 준비해온 이 프로젝트를 드디어 본격 가동하게 됐다”며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할 때”라고 덧붙였다.

화랑청소년재단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우선 애국지사 묘로 확인된 묘당 적정 인력을 배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주변에 아직 발굴되지 않은 애국지사 묘를 추가로 찾아내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박 총재는 “로즈데일과 포레스트론 묘지를 시작으로 화랑이 있는 전 미주 지역에서 이 같은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며 “관리와 발굴을 동시에 진행해 궁극적으로는 애국선열들의 묘지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굴된 묘지 정보는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하고, 이를 시각화한 온라인 지도로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된다. 묘역의 위치와 사진, 인물의 공적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화랑청소년재단은 묘비 인근에 태극기와 식별 마크를 설치하며, 현장 관리와 기록 정비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박 총재는 “디지털 기반을 마련하면 후속 세대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공공기관 및 학술연구와의 연계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는 이미 첫발을 뗐다. 지난 17일 화랑청소년재단은 31기의 애국지사 묘가 있는 로즈데일 묘지에서 화랑 단원들과 학부모 70여 명이 참여한 ‘사전 탐방’을 진행했다. 현장에선 묘비의 이름이 희미하게 닳거나, 누구의 묘인지조차 식별되지 않는 등 대부분 방치된 상태였다. 참가한 학생들은 “이토록 가까운 곳에 애국지사들의 묘지가 있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현실이 부끄러웠다”며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한인국민회 클라라 원 이사장은 “그동안 대한인국민회가 독립애국지사들의 묘지 발굴과 보존 작업을 해왔지만 주로 LA 지역에 한정돼 있었다”며 “화랑청소년재단과 협력함으로써 미 전역은 물론 멕시코, 쿠바, 브라질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체계적인 발굴과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02년부터 1905년까지 미주로 이주한 7,921명 중 80%가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던 분들인데, 그중 극소수만이 확인된 상태”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유공자들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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