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구 다 들어줬는데 푸틴쪽 기우는 트럼프…좌절한 젤렌스키

2025-05-20 (화) 06: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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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렌스키, 백악관 설전 불구 광물협정 서명·조건 없이 휴전 수락

▶ 트럼프, ‘휴전보단 협상 먼저’ 러에 동조…WSJ “젤렌스키 소득無”

요구 다 들어줬는데 푸틴쪽 기우는 트럼프…좌절한 젤렌스키

푸틴-트럼프 통화 전하는 러시아 신문 [로이터]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자존심을 구기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 대가로 아무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며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3년을 넘긴 우크라이나전의 포성을 멈추기 위해 미국 측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접근 방식이 젤렌스키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의식해 그가 제시해온 제안과 요구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화답해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조건 없는 휴전안'을 즉각 받아들였고, 관련 논의가 진행되자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겠다면서 튀르키예로 이동하기도 했다.

올초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던 '광물 협정'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체적으로 불평등한 거래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결국 사인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종전을 위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달라는 요구를 계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대와는 한참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푸틴 대통령과 2시간 통화 이후, 즉각적인 휴전보다는 협상이 먼저라는 러시아 측의 종전 논의 방식에 쏠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내건 '무조건 휴전'에서 한발 물러선 입장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자 간 직접 대화를 강조하고 바티칸의 협상 참여 가능성을 거론하는가 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아예 협상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러시아가 '조건 없는 휴전안'을 거부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만을 입에 올렸을 뿐 실제로 추가 제재를 단행하지 않았다.


WSJ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조건을 모두 받아들여야만 휴전이 가능하다'는 러시아 측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논평했다. 러시아의 주장대로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속국이 된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젤렌스키 대통령 질책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당시 백악관에서 모욕을 견딘 대가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얻어낸 것이라고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열린 장례 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1대1 대면뿐이었다고 WSJ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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