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가주서 자폭테러 ‘충격’… 팜스프링스 병원 노려

2025-05-19 (월)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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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임 클리닉 앞 폭발
▶ 용의자 사망·4명 부상

▶ ‘반출생주의’ 25세 소행
▶ FBI “의도적 테러행위”

남가주서 자폭테러 ‘충격’… 팜스프링스 병원 노려

지난 17일 자폭 테러가 발생한 팜스프링스의 난임 클리닉 앞에서 18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남가주의 대표적 휴양지이자 한인 방문객이 많은 팜스프링스에서 차량 폭발 사건이 발생해 최소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명백한 의도를 가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폭발은 지난 17일 오전 11시께 팜스프링스 다운타운 인근 고급 의료시설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아메리칸 리프로덕티브 센터’ 인근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반경 250야드 내 다수의 건물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고 일부 건물이 부분 붕괴되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강한 진동은 몇 마일 떨어진 지역에서도 감지됐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현장에서는 의식을 잃은 부상자들과 신체 일부가 흩어진 충격적인 장면이 목격됐다. 하지만 다행히 폭발 당시 해당 클리닉은 진료가 없는 날이었고, 실험실과 냉동 보관 중이던 배아 및 생식 자료는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폭발의 유일한 사망자는 25세의 가이 에드워즈 바트커스로 밝혀졌다. 그는 팜스프링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50마일 떨어진 트웬티나인 팜스에 거주하던 인물로, 사건 당시 폭발 차량 안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당국은 바트커스를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FBI와 연방 주류·담배·화기·폭발물국(ATF)은 바트커스의 주거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AK-47, AR 계열 소총 2정과 다량의 탄약, 그리고 수제 폭발물 관련 장비 등을 압수했다. FBI LA지부의 아킬 데이비스 부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폭발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의도를 가진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면서도 “사망자가 범행의 실행자였는지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바트커스가 극단적인 반출생주의(anti-natalism) 이념에 경도되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NBC 보도에 따르면, 바트커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출산은 윤리적으로 잘못된 행위라는 믿음을 여러 차례 드러냈으며, 자작 폭발물 실험 영상과 자살을 암시하는 게시물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사건 당일 폭발 장면을 실시간 중계하려 했던 정황까지 포착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FBI는 바트커스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대인관계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던 점을 확인했다며, 그의 정신 상태와 온라인 활동 내역을 중심으로 테러 동기를 추적하고 있다. 현재 수사팀은 폭발 현장의 포렌식 감식, CCTV 영상 확보, 주변 탐문을 통해 범행 전후의 정황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팜스프링스 경찰은 “현재 추가적인 위협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의 안전은 확보됐다”고 밝혔다.

해당 클리닉을 이용했던 한 환자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간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런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팜스프링스 시장 대행 나오미 소토는 “테러는 우리 도시에 상처를 남겼지만,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희망이 깃든 이곳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FBI는 이번 사건이 “남가주 역사상 가장 대규모 폭탄 테러 수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바트커스가 단독범이었는지 혹은 배후 조직이 있었는지 여부도 포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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