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시리아 대통령에 “터프가이”…이스라엘과 수교 요구

2025-05-14 (수) 09: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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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순방 이틀째 시리아와 첫 정상회담… “역사적인 일 할 기회”

▶ 반군 출신 알샤라 대통령 “美기업 시리아 석유·가스 투자” 제안
▶ 트럼프, 이란에는 “핵무기 없어야 합의” 핵협상 회유·압박 작전

트럼프, 시리아 대통령에 “터프가이”…이스라엘과 수교 요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이틀째인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나 정상회담했다.

로이터 통신,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알샤라 대통령에게 "시리아의 새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전날 지시한) 제재 해제는 시리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중동 아랍·이슬람권의 국교 정상화 협정)에 더 많은 국가를 계속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참여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샤라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 ▲ 모든 외국 테러리스트에게 시리아를 떠나라고 촉구 ▲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추방 ▲ 미국이 ISIS(이슬람국가·IS)의 재기를 막도록 지원 ▲ 시리아 북동부 ISIS 수용소에 대한 책임 이행 등을 요구했다고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알샤라 대통령은 1974년 시리아-이스라엘 휴전 합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테러 대응과 화학무기 제거에 대해 미국과 뜻을 같이했다. 또 "미국 기업이 시리아의 석유·가스 분야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레빗 대변인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알샤라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하며 회담을 시작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시절 시리아는 이란, 러시아의 후원을 받으며 중동의 반미 군사연대 '저항의 축'의 일원이었지만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이 퇴출된 뒤 수립된 새 정부는 친서방·친아랍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알샤라 대통령의 정상회담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동석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알샤라 대통령에 대해 "젊고 매력적인 터프가이"라며 "강력한 과거를 가진 전사"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있다"며 "그와 친하게 지내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가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알줄라니(알샤라 대통령의 반군시절 가명)는 테러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이끌었다. 미국은 그에게 현상금 100만 달러를 걸었었다"며 불편한 시각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 "이란과 (핵협상) 합의를 원하지만 그러려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말고 테러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을 향해 "피비린내 나는 대리전을 멈추고 핵무기 추구를 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하게 중단해야만 한다"며 "소수의 아주 나쁜 세력의 침략을 막을 수만 있다면 엄청난 기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행사에서도 이란에 대해 회유와 압박을 병행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항상 평화와 파트너십을 선호하며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언제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란 지도부가 '올리브 가지'를 거부하고 이웃 국가들을 계속 공격한다면 이전처럼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로 만드는 최대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을 '중동에서 가장 파괴적 세력'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차례 오만의 중재로 고위급 핵협상을 했으며 양측 모두 일단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레바논은 새 대통령과 총리의 취임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며 "레바논에는 헤즈볼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미래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레바논은 연초 친미 성향의 조제프 아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소장 출신인 나와프 살람 총리를 지명하면서 친이란 헤즈볼라 진영은 실각했다.

헤즈볼라의 실각과 시리아의 정권 교체로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세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중동 정세 변화를 최대한 이용해 이란의 비핵화와 역내 영향력 약화를 추구해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핵협상을 타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안전과 존엄성이 보장된 미래를 바란다"며 GCC 지도자들이 갈등 종식 노력에 건설적인 역할을 더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회담에서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형제국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결정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카타르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 지도자의 요구를 거부한 만큼 양국 간 불협화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멘에서도 미국은 친이란 반군 후티와 휴전을 선언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이 소외됐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들 (걸프) 국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이스라엘에도 아주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두번째 순방국인 카타르에 도착했다. 카타르도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수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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