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1기 때 사우디의 언론인 살해 반발해 보이콧한 것과 딴판
▶ 석유일변도 탈피해 산업 다각화하려는 사우디 이해와도 일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13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는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대거 자리해 중동 자본을 향한 미국 빅테크들의 구애를 보여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포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루스 포랏 구글 회장 겸 최고투자담당자, 앤디 재시 아마존 CEO, 벤처 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벤 호로위츠 등이 참석했다.
또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인 중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 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등이 참석했고, 우버 공동설립자 트래비스 캘러닉과 게임 기업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도 자리했다.
특히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는 이 계기에 사우디 국부펀드가 출자한 스타트업 '휴메인'(Humain)에 최신 GB300 블랙웰 칩을 대량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반도체 설계업체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도 휴메인과 100억 달러 규모의 협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WP는 이번 포럼에 미국 테크 기업 수장들이 대거 자리한 것은 테크 업계가 AI와 관련한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걸프 국가들에 얼마나 깊이 의지해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최근 수년간 AI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동을 잇달아 방문해온 테크기업 CEO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이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많은 미국 업계 수장들이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우디가 개최한 투자 콘퍼런스(일명 사막의 다보스포럼)에 보이콧한 것과는 자못 다른 모습이다.
사우디도 석유 생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경제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기에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였다.
WP는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의 거대 자본에 접근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주 행정부 권한을 기꺼이 행사해 왔는데, 그런 접근이 미국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경고가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 기업들이) AI 반도체 등과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면서 대가를 너무 적게 받는다든지, 권위주의 국가에 심각하게 의존함으로써 국가안보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썼다.
한편, 이날 행사에 테크기업 거물 중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WP는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