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체자 ‘출국 보상’ 대대적 추방 병행

2025-05-12 (월)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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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당근ㆍ채찍’ 전략
▶ 항공권과 1천달러 지급

▶ “구금 적법성 법원심사 중단 가능성도 검토”

불체자 ‘출국 보상’ 대대적 추방 병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며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본격화했다. 자진 출국을 선택한 불법체류자에게는 항공권과 현금 보너스를 제공하는 유인책을 내놓은 동시에, 자발적 출국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대규모 추방작전을 예고하며 강경책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서명한 포고문에서 불법체류자들에게 자진 출국을 권장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항공권을 제공하고, 출국 이후 확인된 이들에게는 ‘출국 보너스’로 1,000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법 이민자의 자발 출국을 장려하는 것은 세금 지출을 줄이면서도 미국의 주권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국무장관과 국토안보장관에게 이를 실행할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조치는 지난 5일 국토안보부가 발표한 자진 출국자에 대한 항공권 및 보조금 지급 방침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세관국경보호국(CBP) 앱을 통해 간편한 자진 출국 절차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번 포고문은 유인책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진 출국을 거부하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추방, 기소, 구금, 벌금, 임금 압류, 자산 몰수 등 전방위적 처벌이 따를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국토안보장관에게 60일 이내에 단속과 추방 인력을 2만 명 이상 증원하고, 집중 추방 작전을 전개할 것을 지시했다.

여기에 더해, 백악관 핵심 참모들은 헌법상 보장된 인권 보호 조항인 ‘해비어스 코퍼스(habeas corpus)’의 적용 제한 가능성까지 시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백악관의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10일 “불법 이민자 대량 체류는 사실상 미국에 대한 침략”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해비어스 코퍼스의 중단이 가능하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비어스 코퍼스는 당국에 의해 구금된 개인이 법원에 구금의 적법성을 심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로,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로 꼽힌다. 하지만 연방 헌법은 ‘반란이나 침략’이 발생한 경우, 공공 안전을 위해 이 권리를 중단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출범 이후 강경한 반이민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국적의 불법체류자들을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해 추방한 바 있다. 당시 연방 판사는 이를 두고 “법률의 무리한 확장”이라며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번 포고문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자발적 출국 유도라는 정책 효과가 기대되지만, 동시에 인권 침해 논란, 헌법 해석을 둘러싼 법적 공방 등 새로운 정치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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