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방정부, 주거 보조금 거의 절반 삭감 추진

2025-05-12 (월)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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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션 8’ 예산 절반 가량 줄여
▶ 가주, 살인적 주택값·임대료

▶ 임대보조 받는 주민 56만명
▶ “노숙자 문제 더욱 심화될 것”

연방정부, 주거 보조금 거의 절반 삭감 추진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의 일환으로 최대 43%까지의 주택임대 보조금 삭감을 추진하면서 최대 수혜 주인 캘리포니아 주의 주거 복지에 비상등이 켜졌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예산삭감 및 연방정부 직원 해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주택 임대 보조금 삭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캘리포니아 주민들에 심각한 재정타격이 우려된다.

11일 LA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른바 ‘섹션 8’로 알려진 저소득 주거지원 등에 대한 자금을 올해 예산규모인 328억달러보다 43%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의 바우처 시스템을 종료하고 각 주정부에 일괄 보조금 형태로 예산을 이전해 주정부가 자체적으로 임대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방정부는 또 ‘신체가 건강한 성인’의 경우 임대 지원금 지원기간을 2년으로 제한, 노인과 장애인에 보조금을 집중 지원하는 제도도 추진 중이다.

현재 연방정부가 추진 중인 ‘섹션 8’은 입주자는 소득의 약 30% 정도만 임대료로 부담하고, 나머지는 연방 정부가 집주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제도다. 예컨대 월세가 1,500달러인데 입주자가 감당 가능한 금액이 500달러라면 연방정부가 1,000달러를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정부가 소유한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시장에서 일반 주택을 선택할 수 있어, 입주자가 더 나은 지역의 학군과 교육, 의료, 일자리 접근성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건 때문에 섹션 8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몇 년간 대기명단에 이름만 올려 놓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스콧 터너는 이번 정책기조 변화와 관련해 “(현재 연방정부는) 효율적으로 기능하기에는 너무 비대하고 관료적”이라며 “(대통령의 예산은) 기존 프로그램을 간소화해 미국 국민에게 최고의 기준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는 가뜩이나 심각한 주거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이 주민들의 주택 임대료 부담은 물론 노숙자 문제를 악화시키고, 고용주로부터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부당하게 처벌하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의 선임 정책분석가 소냐 아코스타는 “(이번 조치로 인해) 수백만 명이 더 적은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주택 가격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에 따르면 현재 500만 가구가 넘는 미국 가구가 어떤 형태로든 연방 임대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56만 가구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평균 주택 임대료는 월 2,000달러를 웃돌며, 실리콘밸리 인근의 일부 지역에서는 1베드룸 아파트의 임대료가 3,360달러에 달한다.

살인적인 주택 값과 임대료로 인해 캘리포니아는 전국에서 가장 노숙자 문제가 심각하다. 연방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 내 노숙자 숫자는 약 18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포인트 증가했다. LA 시 주택청의 최고 경영자인 루르데스 카스트로 라미레스는 그동안 연방정부의 주택보조 프로그램이 LA의 노숙자 수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연방정부의 삭감은 우리의 진전을 뒤집고 저렴한 주택, 주택 공급, 노숙자 위기를 해결하려는 지역적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시는 효과적인 주택 솔루션을 발전시키기 위해 행정부와 의회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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