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서 비밀투표…흰 연기 오르면 교황 탄생
▶ 매일 최대 4차례 투표…최장 2년9개월, 20세기 들어서는 평균 3일
▶ 80세 미만 추기경 133명 투표…개혁과 전통 사이에서 선택

5월 7일(현지시간)에 열리는 교황 선출과 콘클라베를 앞두고 바티칸 성 [로이터]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가 7일(현지시간)부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된다.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단 비밀회의다. 라틴어의 cum(함께)과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한 말로,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한다.
이 명칭은 13세기 교황 선출 비밀회의가 약 3년간 이어지자 성난 시민들이 성당 문을 열쇠로 잠가 추기경단을 감금하며 독촉하면서 비롯됐다.
콘클라베 기간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3분의 2 이상 표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매일 투표해야 한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시스티나 성당 지붕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면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다는 의미고, 흰 연기가 나오면 비로소 새 교황이 결정됐다는 뜻이다.
2005년과 2013년 콘클라베는 모두 투표 둘째 날 흰 연기를 볼 수 있었다.
◇ 7일부터 교황 선거…첫날만 1회, 이후 매일 4회 투표
콘클라베 첫날인 7일 오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단이 공동 집전하는 특별 미사가 열린다.
오후에는 추기경단 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의 인도로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해 투표에 앞서 비밀 엄수와 외부 개입 배제를 서약한다. 과거 로마 귀족 같은 외부 세력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전통이다.
서약이 모두 끝나면 교황청 전례원장인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라틴어로 "외부인 퇴장"(Extra omnes)이라고 명령한다.
이때 전례원장과 묵상을 집전할 80세 이상 추기경 1명만 남긴 채 외부인은 모두 시스티나 성당을 떠나고 '콘클라베'의 의미처럼 문을 걸어 잠근다.
투표는 선임 순으로 기표를 마친 용지를 들고 제단으로 가 선서를 하고 용기에 넣는 방식이다. 콘클라베 첫날에는 오후 4시30분 한 번 투표하고 이후 매일 오전과 오후 각각 2차례씩 하루 최대 4차례 투표를 한다.
교황은 참석 추기경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된다.
새 교황이 뽑히면 추기경단 단장은 선출된 추기경에게 수락 여부와 앞으로 교황으로서 어떤 명칭을 사용할지 묻는다.
이어 선거인단 수석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나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선언한다. 이후 새 교황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전 세계인에게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를 내린다.
◇ 연기로 전하는 결과…흰색이면 새 교황 선출
콘클라베는 투표 결과를 알리는 독특한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하루에 두 번, 굴뚝에 투표용지를 태워 연기를 피우는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알린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를, 선출되지 않으면 검은색 연기를 피운다.
이런 방식은 1903년 콘클라베부터 도입됐다. 굴뚝에는 두 대의 특수 난로가 연결돼 있는데, 하나는 투표용지를 태우고 다른 하나는 연기 색을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출 당시 회색빛의 연기로 혼선이 빚어지자 2005년 콘클라베부터는 화학 물질을 사용해 연기 색깔을 또렷하게 했고, 교황 선출을 알리는 종도 같이 치도록 보완했다.
새 교황이 선출되지 않은 경우, 투표 둘째 날부터는 하루 두 번, 바티칸 현지시간으로 정오(한국시간 오후 7시)와 오후 7시(한국시간 다음 날 새벽 2시)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정오와 오후 7시보다 일찍 연기가 피어오르면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사이에 열려야 하지만 언제까지 끝마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콘클라베 사상 최장 기록은 13세기 클레멘스 4세의 후임 선출이었다. 당시 콘클라베는 1268년에 시작해 2년9개월 하고도 이틀이 지난 1271년에야 끝이 났다.
콘클라베의 어원이 유래된 것도 이때다. 기다림에 지친 시민과 행정 당국자들이 성당 문을 잠가 추기경들을 감금하고 선거를 독촉한 것이다. 직후에 즉위한 그레고리오 10세는 이를 제도화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새 교황을 선출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사흘이다.
가장 길었던 회의는 1922년 비오 11세 교황을 선출할 때로 닷새가 걸렸다. 2005년(베네딕토 16세)과 2013년(프란치스코) 콘클라베는 모두 이틀이 걸렸고, 투표 횟수는 각각 4번과 5번이었다.
◇ 새 교황 개혁 계승할까, 보수 회귀할까…추기경 133명 선택은
교황은 로마 가톨릭교회 최고 수장으로 교회 전체를 통솔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다. 교황 말은 거역할 수 없고, 모든 법령도 교황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인 바티칸 시국의 원수이기도 하다.
초대 교황인 사도 베드로에서 프란치스코까지 총 266명의 역대 교황을 국적별로 보면 이탈리아 출신이 217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클레멘스 7세가 즉위한 1523년부터 요한 바오로 1세가 즉위 33일만에 선종한 1978년까지 약 455년간은 줄곧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그 후로 요한 바오로 2세(폴란드·재위 1978-2005년), 베네딕토 16세(독일·2005-2013년), 예수회 수도사였던 프란치스코(아르헨티나·2013-2025년) 등 3명의 '아웃사이더' 교황이 잇따라 나와 합계 약 47년을 재위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출신이 다시 교황으로 복귀할지가 관심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계승하려는 개혁 진영과 전통주의 복귀를 주장하는 보수 진영 간 대결 구도도 눈길을 끈다.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는 '교황청 2인자'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보수 진영을 이끄는 게르하르트 뮬러(독일), 교회법 전문가 페테르 에르되(헝가리),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필리핀) 추기경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도 '다크호스'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이번 콘클라베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투표에 참여하는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을 대륙별로 보면 유럽 53명, 아시아 23명, 북미 20명, 아프리카 18명, 남미 17명, 오세아니아 4명이다.
유럽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유럽 이외 지역의 전체 숫자가 유럽보다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륙별로 추기경을 골고루 임명해서다.
135명의 추기경 선거권자 중 건강상의 이유로 2명이 불참해 실제 투표엔 133명이 참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