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혈압 심하다더라’…영화 뺨치는 콘클라베 네거티브 선거전?

2025-05-04 (일) 11:01:16
크게 작게

▶ 유력 후보 파롤린 추기경 응급치료 보도에 바티칸 ‘공식 부인’

▶ 다른 후보 타글레 추기경은 ‘교황답지 못한 행동’ 지적 동영상 확산

‘혈압 심하다더라’…영화 뺨치는 콘클라베 네거티브 선거전?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로이터]

전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을 뽑는 교황 선거, 콘클라베를 앞두고 바티칸 한쪽에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모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으로 주목받은 영화 '콘클라베'(2025)에서 벌어지는 모종의 암투처럼 현실에서도 유력 차기 교황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과 비방이 갑자기 부각되는가 하면, 진보 성향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강경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티칸 당국은 '피에트로 파롤린(70) 추기경이 급격한 혈압 상승으로 응급 치료를 받았다'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이를 공식 부인했다.


이 보도 직전에는 파롤린 추기경이 최근 미사를 집전하던 중에 모종의 실수를 저질러 교황이 되기 어려워졌다는 한 추기경의 익명 발언이 미국의 종교 전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른바 '바티칸의 2인자'로 불리는 바티칸 국무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다.

파롤린 추기경이 실제 교황의 업무를 수행하기 쉽지 않을 정도의 건강 문제를 겪었는지, 교황이 되기 어려울 만큼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단기간에 파롤린 추기경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이어진 만큼, 누군가 언론을 통해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나온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필리핀 출신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68)과 관련해서는 '교황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내용의 비방성 동영상이 최근 인터넷에서 확산했다.

동영상에는 타글레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던 중 아기예수상으로 보이는 성물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음악과 함께 몇 초간 가볍게 몸을 덩실대는 모습이 담겼다.

이 동영상의 확산 역시 그가 교황직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는 식의 '네거티브 공격'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타글레 추기경은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2019년 영상이 최근 재조명되면서 가톨릭 보수파로부터 교황 자격이 없다는 식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라'는 가사를 수정하지 않고 부른 것은 반기독교적이라는 취지다.

이미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보수측의 비판 강도가 거세지는 분위기도 읽힌다.

베니아미노 스텔라(84) 추기경은 최근 사전 콘클라베 회의에서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에게 교회 업무와 관련한 투표권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개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결정이 "교회의 오랜 전통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이 비판에 대해 한 익명의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업무에 대한 불만이야 최근 많이 들었지만, 스텔라 추기경의 그 발언은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에서도 최악이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간접적으로 판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본인이 교황이 되고 싶다는 농담을 한 데 그치지 않고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모습을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처럼 꾸민 이미지를 올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파 후보를 지지한다는 간접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톨릭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세력 결집 효과까지 노렸다는 것이다.

스웨덴 출신의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추기경은 WP에 차기 교황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기를 겪은 이후 일부 추기경들은 다음 교황이 과도한 활동은 자제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한 세상에서라면 추기경들은 요한 바오로의 예언과 같은 목소리, 베네딕트 교황의 신학적 배경,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