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이어 최상목 사퇴 초유 상황
▶ 최상목, 자진 사퇴로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
▶ 불확실성 더 커지고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 F4회의 상징성 잃고 미국과 통상협의 비상
밖으로는 관세전쟁 안으로는 역성장, 전례 없는 ‘내우외환'에 빠진 한국 경제가 경제 사령탑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당장 대미 통상협상의 대응력이 약화되고 대외 신인도 충격 또한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 출마를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내던지고, ‘대행의 대행’ 역할을 해야 할 경제 부총리까지 탄핵을 추진해 사임으로 몰고 가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보가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범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은 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김 대행은 “증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외환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F4 회의’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점검·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간담회는 전날 밤 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주당의 탄핵안 추진에 전격 사퇴하면서 긴급 소집됐다. 12·3 불법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이후 확대된 정치 불확실성이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겨우 안정을 찾았지만, 전날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로 정치 불안이 다시 고조됐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관세 충격으로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새 정부 출범이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최상목 부총리가 탄핵소추 추진으로 불가피하게 사임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대외 신인도 충격이다. 계엄 사태 후 정부는 최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주요국 재무장관과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에 정치 리스크가 경제 부문으로 확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대외 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최 전 부총리 사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정책 연속성 또한 단절될 위험이 높아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15일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한국의 정치 분열이 지속되면 차기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 대외 신인도에 당장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정치 불안이 장기화되면 환율 변동성과 함께 투자 심리 위축, 자산의 탈한국화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는 위기 대응의 구심점을 잃는 것이며 외환시장이나 소비·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미국과의 ‘7월 패키지'(July Package) 협상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환율정책 등 4대 의제를 포함한 협의 틀은 최 전 부총리 주도하에 설계됐다. 특히 환율 정책은 기재부와 미 재무부가 별도로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현재 실무선의 기술 협의 단계로 협정의 최종 마무리는 6월 3일 조기 대선 이후 새 리더십이 들어선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 대상으로서의 미국 측 신뢰를 잃는 것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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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