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강경 이민정책 ‘멜팅팟’ 흔들

2025-04-2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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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 법까지 동원해 합법 체류자까지 추방

▶ 법원 중단명령도 무시 “입법·사법부를 종속”

초강경 이민정책 ‘멜팅팟’ 흔들

지난 19일 백악관 앞에서 반 트럼프 피켓 시위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 이후 시행 중인 강경한 이민 정책과, 진보 담론을 억누르려는 이른바 ‘문화전쟁’은 미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과 대립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 작전을 마구잡이로 벌이면서 미국 사회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온 합법적인 이민자들까지 불안에 떨게 했다. 또 이런 이민 정책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반발하면서 사법부와 행정부의 정면 대결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로, 다양성과 이질적인 요소들의 조화가 그동안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멜팅팟’(Melting pot·다양한 사람과 사상 등이 뒤섞여 하나를 이룬 사회라는 의미)이라는 미국의 특징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초강경 이민정책 실상은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불법 이민 단속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천명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합법적인 지위가 없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추방 작전에 나섰다. 주로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 체류자가 단속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아무런 범죄 사실이 없지만 검거 현장에 함께 있다가 적발돼 체포된 불법 이민자들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전쟁과 정치적 박해 등을 이유로 일시 체류를 허용한 90만여명의 무비자 입국자에 대해서도 체류 허가를 취소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조치에 착수했다.

특히 이민자 추방에 군대까지 동원해 미군은 불법 체류자를 항공편에 태워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파나마, 에콰도르, 페루, 인도로 보냈으며, 테러 용의자를 수용했던 쿠바 관타나모 해군 기지 구금시설을 추방을 위한 중간 기착지로 쓰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8세기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해 베네수엘라 국적자 약 300명을 베네수엘라의 갱단인 ‘트렌 데 아라과’(TDA) 조직원으로 규정하고 엘살바도르로 추방하기도 했다.

■잇단 법원 제동

연방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이민자 추방 정책에 잇달아 제동을 걸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적성국 국민법 등을 근거로 한 베네수엘라 국적자 추방 조치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명령을 따르지 않고 엘살바도르 정부와 미리 협의해둔 계획에 따라 추방 대상자들을 엘살바도르의 감옥에 수감시켰다.

이 사안 외에도 미국의 각급 법원들은 ‘출생 시민권’을 제한적으로 적용하게 한 행정명령 등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조치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번번이 무시하며 따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헌법의 근간인 삼권분립마저도 뒤흔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강력한 행정부 아래 사법부와 입법부를 종속시키려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향해 간다고 비판했다.

■교수·유학생까지 추방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 정책은 대학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대학 내 ‘반 유대주의’ 척결을 내걸고 친팔레스타인 시위 등에 참여한 유학생들의 비자를 대거 취소했다. CNN 방송은 해당 유학생들의 소송과 각 학교 측의 발표 등을 토대로 이달 중순 기준 90여 개 대학의 유학생과 교수진, 연구원 등 600명 이상이 비자를 취소당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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