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복 악순환 거듭하던 미·중, 강경책 조금씩 거두고 물밑 대화 국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화적인 메신지를 보낸 데 이어,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에 부과했던 보복 관세를 철회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CNN 방송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메모리칩을 제외한 미국 반도체 8종에 대한 관세 125%를 철회했다. 조치는 무역 현장에서 이미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중국 당국은 또 의료 장비, 에테인 등 산업용 화학물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여기에 항공기 임대에 대한 관세 면제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항공기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임대해 사용 중인 중국 항공사들의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나왔다. 상대국에 '관세 폭탄'을 날리며 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던 미국과 중국이 물밑 대화를 통해 관세 타결을 위한 협상의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과 무역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며 "오늘 오전에 만났다"고 했다.
그는 지난 23일에도 "향후 2∼3주 이내에 대중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며 중국과의 '특별한 협상'을 언급했다. 중국과 매일 직접 협상하고 있다고도 했다.
22일에는 중국에 부과한 관세율 '145%'에 대해 "매우 높은 수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역상대국 중 유일하게 중국을 겨냥해 관세율을 높이며 위협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지난 9일 70여개국에 대해서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만 상호관세율을 높였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심화 등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는 "결국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거침 없이 관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에는 자국 시장의 혼란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형 소매업체들의 경고와 함께 미 국채·주식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지켜보며 상황 관리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관세 협상을 주관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23일 미·중이 서로 부과한 '폭탄 관세'에 대해 "양측 모두 그것이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대중 관세 145%, 중국의 대미 관세 125%를 유지하는 것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협상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관세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이나 담판을 진행한 바 없다"며 "미국은 이목을 현혹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일부 관세 면제에 대한 보도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날엔 미·중 간 협상과 관련한 소식을 "가짜뉴스"라고 불렀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먼저 낮은 자세를 보이지는 않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그가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전쟁이 양국 지도자의 자존심을 건 대립 양상으로 번진 가운데, 초기부터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한 중국이 협상을 위해 자세를 낮추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속내가 깔렸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싸운다면 끝까지 맞서 싸우되,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향후 미국에서도 실질적인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등 마약 대응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한 20%의 관세 중 자동차 부품은 면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고위 인사를 인용, 대중 관세율이 절반 이하인 50∼65%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