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창호 동상 건립·대한인국민회관 복원·차세대 장학사업 앞장
▶ 한상네트워크 발전 견인…캘리포니아주 의회 ‘홍명기의 날’ 제정

동포청, 4월 이달의 재외동포에 재미동포 기부왕 홍명기 선정 [동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외동포청(청장 이상덕)은 2025년 4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재미동포 기부왕으로 불리는 홍명기(1934∼2021) 전 M&L Hong 재단(구 밝은미래재단) 이사장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성공한 재미동포 기업인으로 '세계 한상(韓商)의 대부'로도 불리는 홍 전 이사장은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 건립을 비롯해 대한인국민회관 복원 등 미주 독립운동 역사 보존을 지원하고 한인 차세대 교육 및 장학사업을 후원했다.
1954년에 미국에 건너간 그는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화학과를 졸업한 뒤 페인트 회사에 취업했다.
기업에서 착실히 근무했지만 인종 차별에 한계를 느끼고 1986년 51살에 산업·건축용 특수페인트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이 회사를 연간 3억 달러(약 4천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미국 내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아메리칸드림을 일군 대표적인 거상이 됐다.
1992년 LA 폭동이 일어나자 현장을 방문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한인들의 억울함을 대변할 지도자가 없음을 목격한 그는 사업적 성공을 한인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
2001년에는 1천만 달러(146억원)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한인 권인 향상을 위한 후원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교육을 통한 민족 혁신을 강조한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의 정신에 감명받아, 차세대 민족정신 함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동상 건립에 15만 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그의 기부 이후 이어진 동포사회의 기부와 우리 정부의 지원을 합쳐 약 60만 달러가 모아졌다. 그 돈으로 2001년 리버사이드시 시청 앞 광장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동상 맞은편에 안창호 기념 동상이 건립됐다. 이 동상은 한인 학생들이 단체로 견학하는 교육적 가치를 지닌 기념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 전 이사장은 2002년에는 LA 타운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10번과 110번 고속도로 인터체인지(IC)를 '도산 안창호 IC'로 명명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와 협의와 주 의회 결의를 통해 지역 내 IC 4곳에 그가 후원한 '도산 안창호 IC 표지판이 설치돼 한인사회 위상 제고에도 기여했다.
2003년에는 미국 독립운동의 총본산인 '대한인국민회관'이 노후화로 철거 위기에 놓이자 복원사업회장을 맡아 기금 모금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회관이 역사박물관이자 교육 장소로 활용되도록 지원했다.
자신이 설립한 페인트 회사를 매각한 후 그는 한미박물관 건립 기금 256만 달러, UCLA와 LA 동부 라시에라 대학에 각 200만 달러와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영웅 김영옥 미 육군 대령의 이름을 딴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에도 37만 달러를 쾌척했다.
그의 기부 활동은 고국에서도 이어졌다. 2015년 한상들이 차세대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글로벌한상드림'의 초대 이사장을 맡아 국내 청년의 장학사업과 해외 취업을 위해 10만 달러, 화학 분야 후학 양성을 위해 삼육대학에 100만 달러를 지원했고, 탈북자와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장학 사업에도 앞장섰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이전 세계한상대회) 창립 멤버로 2013년 제12차 대회 대회장과 한상 리딩 CEO 포럼 의장을 맡아 세계한상네트워크 발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2021년 초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의 건립 용지 대금으로 5억원을 기부하는 등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모국과 동포사회에 대한 기부를 이어왔다.
정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2002년 국민훈장 동백장, 201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2022년 그의 생일인 6월 20일을 '홍명기의 날'로 제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상덕 청장은 "홍명기 선생의 기부와 후원은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미주 한인사회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독립운동 정신과 그 역사적 가치를 후대에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세계 한상의 롤모델이었던 그의 공적을 기려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개최되는 4월에 맞춰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