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트럼프’ 뭉친 EU·중국… 전기차 관세폐지 협상

2025-04-12 (토) 12:00:00 박지영·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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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세계와 대립하면 스스로 고립”

▶ “중국과 EU는 자유무역 확고한 지지자”
▶ 중국산 전기차 고율관세도 폐기 협상

미국의 상호관세 직격탄을 맞은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그간 멀어졌던 거리를 좁히며 협력하는 모양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EU와의 협력을 통해 관세전쟁을 이겨내자며 대항 의지를 굳건히 했다. EU는 “미국으로 인해 대(對)중국 정책이 변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폐지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으며, 세계와 대립하면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고 미국을 직격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EU는 자유무역의 확고한 지지자로서 국제무역 환경을 공동으로 보호하고 일방적 괴롭힘을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U,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 폐지 협상 재개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측이 무역갈등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문제가 된 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였다. EU는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은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교란한다”며 추가 상계관세를 부여했다. 상계관세는 업체별로 다르게 적용돼 중국산 전기차의 관세율이 기존 10%에서 17.8∼45.3%로 인상됐다.

중국이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맞불을 놓은 지 겨우 반년 정도 지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극적인 기류변화가 일어났다. 양측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상호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씨앗이 됐던 전기차 고율 관세에 대해서도 전날 폐지 협상을 재개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중국이 EU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도 문제지만, 중국의 무역장벽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올로프 질 EU 무역담당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으로 인해 중국을 대하는 EU의 전략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며 “중국의 무역장벽, 불공정 경쟁을 해결할 필요는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악재

유럽 민간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품목관세로 패닉에 빠진 자동차 업계가 중국을 반겼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중국 전기차 추가관세 부여는 실수였으며 협상을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면서 “글로벌 무역의 왜곡과 장벽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지, 새로운 장벽을 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EU와 중국의 협력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도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유럽으로의 수출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면서 11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5.08%, 7.03% 급락했다.

<박지영·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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