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한국 유학생 등도 “비자 취소될라” 걱정 태산
워싱턴대(UW)를 포함해 워싱턴주내 유학생 15명이 사전 통보도 없이 미국 비자가 취소돼 추방 위기에 놓이거나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전 통보 없이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는 사태는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어, 한인 학생을 포함한 유학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시애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UW는 최근 연방정부의 국제학생 신분 확인 시스템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유학생 9명의 비자가 취소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은 재학생이며, 4명은 졸업 후 미국 내 직업훈련 프로그램인 OPT에 참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애틀대학(SU)은 졸업생 3명이, 스포캔에 있는 곤자가대학은 유학생 2명이 각각 비자 취소 대상이 된 사실을 확인했다. 워싱턴주 풀만에 위치한 워싱턴주립대(WSU) 역시 졸업생 1명이 비자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졸업생은 다행히 지난해 12월 출국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곤자가대측은 “학생들의 합법적 체류 신분이 취소되면서 일부는 사전 통보도 없이 출국 명령을 받거나 체포 위험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워싱턴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전역에서 수백 명의 유학생들이 국토안보부(DHS)로부터 비자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은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출신 국가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이나 과거 전과 등으로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인조차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비자가 취소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지난해 봄 UW 학생들이 교내에서 이스라엘과의 재정적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으나, 학교 측은 “현재 비자 취소 조치가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이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되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비자 취소를 당한 한 졸업생은 “나는 정치적인 사람도 아니고, 시위나 SNS 활동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시애틀 지역에서 취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었으며, 다음 학기에 다른 대학원으로 비자를 전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불법 체류자가 되었고, 항공권도 급히 취소했다. “이 상황이 정말 무섭다”며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며 법적 대응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UW 캠퍼스에서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이번 사태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주 공공노동자연맹 대표는 “과학 연구 예산 삭감뿐만 아니라, 국제 학생들의 비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취소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UW 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바톨로메(26)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비자 문제가 아니라, 국제 학생과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라며 비자 취소 사태와 함께 UW 연구실 직원이었던 루엘린 딕슨 씨가 ICE(이민세관단속국)에 구금된 사건도 함께 언급했다.
딕슨 씨는 2001년 횡령 전과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출입국을 반복하며 최근까지 합법 체류자 신분을 유지했지만, 지난 2월 필리핀 방문 후 귀국하던 중 타코마 ICE 센터에 구금됐다.
UW 대학원생이자 노동조합 대표인 한국 유학생 출신 레빈 김 씨는 “솔직히 두렵다. 매일 포털에 들어가 비자 취소 메시지가 뜨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는 공동체가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킹카운티 호르헤 바론 의원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비자 취소 조치는 공동체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며, 시 차원에서도 영향을 받은 학생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