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떻게 될지 몰라”… 소셜연금 조기신청 ‘폭주’

2025-05-05 (월)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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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행정부 개혁 불안증폭
▶ 손해보더라도 67세 이전 신청

▶ 연금창구 북새통·전화도 마비
▶ 한인들도 조기수령 고민 늘어

“어떻게 될지 몰라”… 소셜연금 조기신청 ‘폭주’

소셜 시큐리티 재정 불안감이 커지면서 조기신청자가 늘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소셜 시큐리티 정책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소셜 시큐리티 연금 신청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효율부(DOGE)를 앞세워 대규모 예산삭감과 인력감축 등 사회보장국(SSA)에 대한 십자포화를 가하자 사회보장제도의 미래 재정 안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부호를 품은 베이비부머들이 소셜시큐리티 연금 조기 신청을 대폭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일 USA 투데이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소셜 시큐리티 연금 신청건수는 58만1,000건으로 1년 전의 50만건에서 16.2%가량 증가했다.

사회보장국(SSA) 한 관계자는 “은퇴 근로자 혜택의 최초 신청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특히 고소득 근로자 중 신청 가능 연령인 62세에 연금 혜택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100% 수령할 수 있는 연령은 67세다. 당초 만기 은퇴연령은 65세였다. 하지만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1983년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따라 은퇴연령은 매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돼 왔다. 1943~1954년생까지는 66세, 1955년생부터 태어난 해에 따라 2개월씩 은퇴연령이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소셜 연금을 받는 1959년 생은 66세 10개월, 1960년 이후 출생자는 67세가 만기 은퇴연령이다.

62세에 퇴직연금을 신청하면 2025년에 받을 수 있는 최대 월 연금액은 2,831달러에 불과하다. 만일 70세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금을 신청하면 한달에 최대 5,108달러를 수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셜시큐리티 연금 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사회보장국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정부효율부 수장에서 내려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사회보장제도는) 역대 최대의 폰지 사기“라며 ”권리금 지출의 낭비와 사기가 제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월 사회보장국은 직원 수를 5만7,000명에서 5만명으로 줄이겠다는 인력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노후연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사람들이 직접 사회보장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역 사무소는 연일 민원인들로 북적거리고, 전화가 마비되는 등 아비규환 사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셜시큐리티 연금 조기 신청을 고민하는 한인들도 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1966년생인데 연금수령을 할 수 있는 62세가 되면 바로 회사를 그만둘 계획“이라며 ”노후 자금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몸 상태도 좋지 않고 이제는 가족들과 시간적으로 여유롭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60대 중반의 한인 김모씨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401(k)도 엄청나게 쪼그라든 상황“이라며 ”이제는 연금을 받을 때가 된 것 같아서 수령 신청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조기에 받는 것보다는 최대한 수령 시기를 미루는 것이 노후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면서도, 건강 상태 등 개인 사정을 고려해 수령 연령을 정할 것을 조언했다. 물론 67세 이후 수령하면 월 수령액은 많아지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소득이 필요하다면 조기 수령도 적극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분석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산하 효과적 공공관리센터 창립 이사인 일레인 카마르크는 ”DOGE의 사회보장제도 공격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사회보장제도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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