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글로벌 생산기지’ 베트남 진출기업들… 46% 관세 ‘비상’

2025-04-08 (화) 12:00:00 서울경제=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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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스마트폰 협력사 등 고려
▶ 대출한도 ‘10% 확대’ 방안 준비

▶ 중기는 자기자본비율 규제 완화
▶ 최대 100조 첨단기금 조성 속도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이 82억2,2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체 차 부품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만 36.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 25% 관세 부과는 치명적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한국의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18.59% 급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긴급 정책금융 3조 원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 이후 긴급 정책자금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상당히 많았다”며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업종과 지원 대상 지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처럼 미국 관세 조치에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이 1차 대상이다. 여기에 베트남 같은 미국의 높은 상호관세가 예정돼 있는 곳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도 자동차지만 베트남처럼 미국으로부터 46%의 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된 곳의 한국 기업들을 잘 봐야 한다”며 “중국 기업들도 34%의 추가 상호관세로 한국 시장에 제품을 밀어낼 수 있어 자동차와 철강 이외에 전체적인 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602곳이나 된다. 박닌성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위치해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40~5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된다. 하이퐁시에는 LG전자가 입주해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역시 베트남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다. 삼성전기는 첨단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카메라 모듈을,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베트남에서 만든다. 효성그룹과 한세실업·영원무역·태광실업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베트남 진출 국내 기업은 미국의 높은 관세에 ‘가격 상승→수요 위축→제품 출하량 감소→수익성 악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협력사는 납품 업체로부터 가격 인하 요구를 받을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트남 진출 기업의 한 관계자는 6일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에 이 정도로 세게 관세를 매기리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며 “현지에 법인을 둔 기업 사이에서는 어떻게 대책을 수립해야 할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측에서 관세를 제로로 낮추고 싶다고 밝혀왔다고 했지만 향후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벼랑 끝 협상 전술을 쓰면서 어디로 튈지 가늠이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자동차 같은 기간산업 이외에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베트남 진출 협력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씨티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의약품·반도체 등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0.2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선제적인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대출금리를 1%포인트 안팎 내리고 한도를 약 10% 확대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수출 중소기업 대출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완화해 여신을 늘리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경제=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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