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 “先무역장벽철폐-後협상” 주장… ‘美 vs 전세계 기싸움’ 시작

2025-04-03 (목) 01: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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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관세 발표 이어 美 각료들, 압박언사로 협상입지 높이기

▶ ‘양날의 칼’ 관세…’시간’이 누구 편인지가 협상의 중요 변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일 전세계를 상대로 10%의 기본 관세(보편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간에 후속 협상을 놓고 '치킨게임'이 시작된 형국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과 관련, "(각국이) 미국에 대한 착취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된 이후에만 도널드 트럼프가 각 국가와 협상할 것이다. 그들이 자기들의 방식을 정말로 바꿔야 우리가 그들과 (협상하기 위해) 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지적한 이른바 '불공정 무역 관행'을 다른 나라들이 먼저 없애야 관세 인하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러트닉 장관은 "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철회할(back off)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전면 철회될 가능성은 없음을 분명히 한 발언이었다.

동시에 지난달 3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명시된 사항들이 개선된 후에야 관세율 인하 여부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즉 5일부터 모든 나라에 부과되는 10%의 기본관세는 '상수'이지만 10% 넘는 국가별 상호관세가 부과된 나라들과는 무역장벽을 없애는 정도를 감안해 세율 인하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전날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보복'에 나서는 나라들에게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맞불 관세 도입시 상호관세 세율을 더 높일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협상 상대국의 반격을 미리 차단하려 한 것이라면 이날 러트닉의 발언은 관세율 인하의 대가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의 일환으로 읽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부과에 앞서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정상 또는 기업 최고경영자가 발표함으로써 미국에 선물을 안겼던 한국, 일본, 대만 등에게 각각 25%, 24%, 32%의 상호관세율을 발표한 것이 말해주듯 각국이 선제적으로 행한 조치에 눈에 띄는 보상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경험한 한국 포함 각국 입장에서는 먼저 양보를 한 뒤 '선처'를 기대하기보다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무역장벽 문제를 다루길 원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먼저 양보하면 협상에 나서겠다는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카드를 내 놓길 원할 미국의 무역 상대국 간에 상당한 기싸움이 벌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중요한 부분은 시간이 누구의 편이냐는 것이다.

일단 오는 9일이면 상호관세가 부과되고, 그에 앞서 5일부터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대미 수출 손실이라는 타격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게 돼 있는 구도 하에서 협상에 나서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협상해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도 시간과의 싸움이 마냥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미국이 충분한 국내적 대비 없이 관세를 도입한 상황에서 물가 인상이나 주가 하락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길 경우 시간이 무조건 미국의 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는 3대지수가 폭락하며 상호관세의 충격파를 여실히 드러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9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8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97% 각각 폭락했다.

결국 교역의 당사자 양측 모두에게 리스크를 감수하게 하는 '양날의 검'인 관세의 속성에 비춰 미국과 상호관세 대상국들 간의 샅바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먼저 대미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지, 다른 나라들이 하는 것을 지켜본 뒤 협상하는 것이 나을지 등을 놓고 미국의 교역상대국들 간에도 '눈치 경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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