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접속 불가… 무한정 통화 대기… 지역 사무실은 길고 긴 줄
▶ 트럼프 2기 대량감원 여파
▶ 은퇴자·소셜 신청자 불편
▶ “신원확인 강화 2주 연기”

연방 사회보장국의 대규모 감원으로 일부 서비스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LA 한인타운 윌셔가의 사회보장국 사무실 앞에 민원이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대기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에 거주하는 한인 박모(72)씨는 최근 소셜연금 수령 계좌를 변경하려다 뜻하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 평소 연방 사회보장국(SSA) 웹사이트를 통해 간단한 업무를 처리해 온 박씨는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계좌 정보를 업데이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접속을 수차례 시도해도 SSA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 박씨는 “며칠 전 은행에서 새 계좌를 개설해 예전 계좌 대신 새 계좌로 연금이 입금되도록 변경하려 했는데 계속 오류 메시지가 떴다”며 “처음에는 내 컴퓨터 문제인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아예 사이트가 다운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국 SSA 고객 서비스에 전화했지만, 상담 대기 시간이 길어 통화조차 어려웠다. 불가피하게 인근 SSA 오피스를 직접 방문한 박씨는 “온라인으로 몇 분이면 끝날 일을 해결하려고 반나절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연방 사회보장국의 대규모 감원 여파로 한인 은퇴자, 소셜카드 신청자, 메디케어 가입 대상자 등 많은 이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사회보장국 웹사이트는 접속 급증으로 네 차례 다운되었고, 전화 문의 폭주로 상담 대기 시간이 길어지며 서비스에 혼란이 발생했다. 또한 지역 사무실은 인력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늘어나 민원 처리에 차질이 생기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SSA는 신원 확인 강화 절차를 2주 연기하고 적용 대상을 축소하기로 했다.
7,300만 명의 은퇴자, 장애인 등에게 연간 1조5,000억 달러를 집행해온 기관인 사회보장국이 앞으로 역할을 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신문은 사회보장국의 감원과 예산 삭감이 지속되면서 웹사이트 장애뿐만 아니라 민원 서비스 전반에 걸쳐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사회보장국은 사기 방지를 위한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하며 수백만 명의 수급자가 기존의 전화 인증 방식 대신 지역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사무실로 전화 문의가 급증했으나 직원 부족으로 관리자들이 직접 전화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결과 전화 통화 대기시간은 평균 3시간에 달했으며, 일부 발신자는 4~5시간을 기다렸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고객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부서까지 폐지되면서 불만을 처리할 체계마저 사라진 상황이다.
사회보장국은 이에 혼란을 의식한 듯 26일 기존 연금 수급자와 메디케어 신청자들에게 요구하려던 새로운 신원 확인 절차 시행을 2주 늦추고, 적용 대상도 축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SSA의 웹사이트 장애, 전화 문의 폭주, 대면 방문자 증가로 인해 발생한 서비스 지연과 이용자 불편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SSA 측은 “시행 연기로 인해 보안 강화 정책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정 조정을 통해 보다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보장국은 낙후된 기술 시스템과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는 150억 달러의 예산으로 늘어나는 은퇴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예산 삭감과 감원을 단행하며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SSA 국장으로 지명한 프랭크 비시그나노가 연방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그의 임명 이후에도 추가 감원과 예산 삭감이 예고돼 상황이 해결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앵거스 킹 연방상원의원은 “현재의 사태는 내부에서 비롯된 파괴이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많은 은퇴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강력한 비용 절감 정책이 사회보장국의 운영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DOGE는 복지 사기 단속을 명분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숙련된 직원들이 대거 퇴출됐고 일부는 자진 퇴사했다. SSA 내부에서는 “불을 끄기 위해 불을 피우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정부 기관을 민영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SSA의 지속적인 서비스 악화에 따라 분노한 유권자들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특히 소셜연금이 미국 은퇴자의 40%에게 주요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향후 변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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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