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가족 실종 11일째
▶ 피해자들 휴대전화 신호 사고 현장 인근서 끊겨
▶ 차량들 형체도 없이 불타
지난 13일 그랜드캐년 여행길에 나섰던 한인 일가족 3명이 실종(본보 21일자 A1면 보도)된 지 열흘을 넘긴 가운데, 이들의 실종과 같은 날 눈폭풍 속 40번 프리웨이에서 발생한 22중 연쇄 추돌사고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현지 경찰은 차량들이 불에 타 형체도 알 수 없는 처참한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들의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다.
23일 LA 총영사관과 애리조나주 코코니노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실종된 이지연(33)씨와 이씨의 모친 김태희(59)씨, 이모 김정희(54)씨의 행적은 23일 현재까지 확인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코코니노 카운티 셰리프국은 실종자들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지역이 당시 겨울 폭풍과 악천후로 발생한 22중 연쇄 추돌사고 현장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들이 사고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사고 발생 전에 사고 지점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나, 사고로 심한 정체를 피하기 위해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우회도로를 따라 갔다가 실종됐을 가능성 등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 현장은 그랜드캐년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하며, 실종자들의 동선과 일부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초 현지 매체들에서는 연쇄 추돌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다고 보도됐으나, 경찰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상황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들 중 일부는 심하게 불타 차량 식별번호(VIN)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실종자들은 지난 17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한국에 있는 실종자 가족이 16일 밤 외교부를 통해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LA 총영사관은 실종자들의 동선을 파악해 현지 경찰에 실종 신고 후 직접 실종 지역으로 이동해 경찰과 협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파견됐던 강경한 경찰영사는 “LA 총영사관은 경찰뿐만 아니라 주정부에도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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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