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춘추] 보수냐? 진보냐?

2025-03-21 (금) 12:00:00 유경재 나성북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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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회 안과 밖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보수냐? 진보냐? 하는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분열되어 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교회가 대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과연 교회는 보수인가? 아니면 진보인가?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성경 속 예수님의 모습과 기독교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유대 전통을 개혁하고자 하셨다. 안식일에 대한, 성전에 대한 유대 전통을 예수님께서는 인정하지 않으시고 개혁하고자 하셨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금식을 명하지 않으셨고,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셨으며,, 성전 앞 장사하는 자들의 상을 뒤 엎으셨다. 이처럼 성경 속 예수님의 모습은 전통을 개혁하려는 진보적 모습이 강하셨다. 그렇다면 교회는 진보여야 하는가? 아니다. 유대 전통을 개혁하려는 예수님의 모습 때문에 교회가 진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보기 때문에 내린 속단이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유대 전통을 개혁하고자 하신 것은 보다 본질적인 것을 지키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전통은 본래 의미를 담기 위한 형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전통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본질적 의미를 담아내기 위한 형식이 아니라, 의미가 빠진 형식만 강조하게 될 때이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형식과 전통을 강조 하였지만 전통이 담아내야 하는 본질적 의미는 상실 하였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유대 전통을 개혁하시고자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보다 본질적인 것을 지키고자 전통을 개혁하고자 하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본질적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예수님은 보수와 진보 양면 모두를 가지고 계신다. 그리고 이러한 양면성은 역사 속 교회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기독교는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유대 전통을 개혁하면서 시작하게 된다. 이 때 교회 모습은 진보였다. 하지만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중세가 시작되게 되고, 이때 교회의 모습은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가 된다. 그 이후 중세 전통을 개혁하고자 일어난 것이 바로 종교개혁인데, 이 때 교회는 다시 진보적인 모습이 된다. 이처럼 교회는 역사 속에서 진보였던 때가 있었고, 보수였던 때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교회가 보수인가? 진보인가? 라고 묻는 것은 잘못된 물음이다. 교회가 물어야 할 질문은 교회가 본질적으로 보수인가? 진보인가? 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 어느 부분에서 교회는 보수가 되어야 하고, 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진보가 되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는 본질적으로 보수이기도 하고, 또한 진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회가 보수여야 하는 영역이 있는 것이고, 교회가 진보여야 하는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교회는 처해진 상황에 따라 진보이기도 하고, 보수이기도 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교회는 보수다, 교회는 진보다 하는 것은 올바른 신앙관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진보적인 모습과 보수적인 모습 모두를 보여 주셨고, 역사 속 교회도 진보와 보수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날 교회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보수냐? 진보냐? 하면서 사회적 분열이 심화 되는 이 시대에서 보수와 진보를 연결 시킬 수 있는 역할을 교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분열에 동참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 아니라 사회적 분열을 해결하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임을 오늘날 교회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유경재 나성북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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