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길 묻는 척 하다가… 귀중품 ‘슬쩍’ 도둑 기승

2025-03-13 (목)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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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분산’ 남녀절도범
▶ LA 한인타운서도 출몰

▶ 한인 피해 잇따라 발생
▶ 반지·팔찌 등 물품 노려

80대 한인 노인 김모씨는 지난주 LA 한인타운 4가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테니스장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근처에 한 차량이 멈췄다. 차량 안에는 남녀 커플이 타고 있었는데 남성 운전자가 김씨에게 길을 물어왔다. 김씨는 친절히 길을 알려줬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그런데 차량이 다시 돌아오더니 이번에는 조수석에 있던 여성이 내려 ‘길을 잘 못찾겠다’며 다시 한 번 도움을 청했고, 김씨는 친절히 설명해 줬다.

그러자 이 여성은 고맙다며 김씨에게 반지를 하나 끼워줬고, 김씨는 그럴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반지를 회수해가면서, 김씨가 원래 끼고 있던 반지까지 교묘하게 함께 빼갔고 김씨는 이러한 사실을 차량이 떠난 후에야 알아차렸다. 이는 결혼 기념 반지로 그에게는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닌 반지였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안타깝고 분한 일이었다.

또 지난 달 역시 한인타운에서 한 샤핑몰에 가기 위해 웨스턴 길을 걷던 60대 중반 한인 여성 이모씨도 비슷한 수법의 절도 피해를 당했다. 범인은 길을 물은 후 고맙다며 이씨에게 팔찌를 채워주려 했고, 이씨가 이를 거절하자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본래 차고 있던 팔찌를 함께 빼내 달아난 것이다.


이밖에 작년 연말에는 50대 한인 여성이 LA 앳워터 빌리지 지역 코스트코 로스팰리츠 지점을 방문했다가 비슷한 수법의 절도범들에게 목걸이를 도난당할 뻔 했지만 끝까지 경계심을 놓지 않아 도난을 피해기도 했다.

이처럼 LA 카운티를 중심으로 남가주에서 이른바 ‘주의 분산 절도’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타운 지역에서도 이같은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인 피해도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 피해자는 “반지, 목걸이, 팔찌 등 피해자가 어떤 귀중품을 차고 있는지 미리 관찰한 뒤 그에 맞는 수법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토랜스 경찰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의 분산 절도’에 대한 대중들의 각별한 주의를 공개 당부하기도 했다. 토랜스 경찰국은 범죄자들이 피해자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기만적인 전략’을 사용하며 주의가 분산된 틈을 타 귀중품을 훔치고 있다고 전했다.

주의 분산 수법에는 길을 묻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랜스 경찰국은 “’주의 분산 절도’는 용의자가 피해자의 주의를 돌리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공범 또는 본인이 직접 귀중품을 훔치는 방식”이라며, “대표적인 수법으로는 길을 묻는 척 접근하는 것, 음료를 일부러 흘리는 행위,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주의 분산 절도 및 소매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주변 경계 유지: 항상 주변을 살피며 경계를 늦추지 않기,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더욱 주의하기 ▲낯선 사람 경계: 길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낯선 사람이 접근할 경우,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신중하게 대처 ▲소지품 안전 관리: 개인 물품을 몸 가까이에 두고, 귀중품을 잠시라도 방치하지 않기 ▲보안 기술 활용: 도난 방지 장치나 보안 앱을 활용해 소지품을 모니터링하기 등의 대처법을 조언했다. 경찰은 또 만약 수상한 행동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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