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엔, ‘러규탄’ 빠진 美제출 결의안에 ‘러 침공’ 표현 넣어 채택

2025-02-24 (월) 1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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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전쟁 3년’ 우크라·美 각각 주도한 결의 유엔총회서 통과

▶ 美, ‘러침략’ 표현 반대해 별도 결의안 냈으나 수정안 채택 ‘한계’

유엔, ‘러규탄’ 빠진 美제출 결의안에 ‘러 침공’ 표현 넣어 채택

마리아나 벳사 우크라이나 외교차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4[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을 맞이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각각 주도한 전쟁 관련 결의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로이터 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총회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제출하고 유럽 각국이 동참한 우크라이나전쟁 관련 결의안을 찬성 94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가결처리했다.

미국과 헝가리, 이스라엘 등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 결의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규탄한 이전 유엔총회 결의를 이행할 필요를 강조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에서 러시아가 "모든 군 병력을 즉시, 완전히, 조건 없이 철수"하고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 결의안에는 한국을 비롯해 주요 7개국(G7) 회원국인 일본·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영국·독일 등 50여개국이 공동발의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주도한 결의안에 반대, 신속한 종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대한 내용을 뺀 별도의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원안은 거부되고 러시아의 침공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찬성 93표, 반대 8표, 기권 73표로 채택돼 '영향력의 한계를 보였다.

미국은 수정된 결의안에 기권했다.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 원안은 러시아의 침략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분쟁의 신속한 종결"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항구적 평화"를 촉구했다.

또 미국의 결의안은 러시아의 위법 행위를 나열한 우크라이나 결의안보다 짧은 넉 줄에 불과하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중대한 확전 우려를 제기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를 비판해온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서 급변침한 상황에서 이번 표결 결과는 국제사회의 분열상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미국은 유럽과 우크라이나 등 기존 동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전쟁 조기 종식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다른 유엔 회원국들에 미국 결의안을 지지하라고 촉구해왔으며, 우크라이나에 그들의 결의안을 철회하라고 압박했으나 우크라이나가 거부했다.

마리아나 벳사 우크라이나 외교차관은 이날 긴급회의에서 "단지 평화를 향한 열망을 표명하는 것으로 유엔총회의 입장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침략을 비난하고 망신을 줘야지 보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 측은 우크라이나의 결의안이 러시아에 과하게 적대적이라 종전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표부 차석대사는 이전 유엔 결의가 "전쟁을 끝내는 데 실패했다"면서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는 단순한 역사적인 성명, 전쟁을 끝낸다는 하나의 단순한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사회를 결집해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전쟁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해왔으며 그간 미국의 지원에 대한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부터 친분을 과시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을 참여시키지 않아 이들 국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유엔총회 결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달리 비토(거부권 행사)권이 인정되지 않고 회원국에 대한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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