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공항 ‘사고위험’ 경고에도…美정치권, 노선 확대 강행

2025-01-30 (목) 05: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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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사스·조지아 지역구 의원, 법 바꿔 장거리 노선 추가 주도

워싱턴공항 ‘사고위험’ 경고에도…美정치권, 노선 확대 강행

로널드 레이건 공항[로이터]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정치권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연방 의회가 전문가들의 사고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혼잡한 공항 중 하나인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항로 추가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3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과 연방 의회 등 주요 정부 시설에 인접한 레이건 공항은 약 2천km 이상의 장거리 직항 노선 추가가 제한된다.


이 규제를 변경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연방 의회는 지난해 5월 연방 항공법을 처리하면서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5개의 장거리 왕복 항로를 추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민주당이 장악했던 연방 상원에서 왕복 항로를 추가하는데 앞장선 의원은 남부를 지역구로 하는 라파엘 워녹(민주·조지아)과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이었다.

이들은 서부 텍사스 노선 등 규제에 막혔던 노선들을 레이건 공항에 추가하기 위해 승인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노선 추가 법안에 대해 공항 인근 지역인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은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레이건 공항에 항로를 추가하면 혼잡으로 인한 연착 등의 문제뿐 아니라 사고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에는 아메리칸 항공사의 비행기가 이륙 준비 중에 착륙하던 자가용 비행기와 충돌할 뻔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근접 충돌 위기가 여러 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 의원은 "공항에서 안 좋은 일이 발생한 뒤 사람들이 우리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법안을 통과시킨 이유가 뭐냐'라고 묻는 상황은 바라지 않는다"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그러나 결국 레이건 공항에 장거리 왕복 항로를 추가하는 법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처리됐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서부 텍사스 지역인 샌안토니오를 포함해 5개의 장거리 왕복 노선을 항공사에 배정했다.

노선 추가에 반대했던 케인 의원 등은 당시 교통부 장관이었던 피트 부티지지에게 서한을 보내 항공사들이 승객들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조처를 했는지 확인할 것을 촉구했다.

케인 의원 등의 요구 이후 부티지지 전 장관이 실제로 위험 요인 등을 확인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 인종과 성별, 계층 등의 다양성을 중시한 탓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아메리칸 항공 산하 PSA 항공의 여객기 추락 사고는 지난 2009년 2월12일 뉴욕주 버펄로 나이아가라 공항에서 발생한 콜건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16년 만의 미국 내 민간 여객기 추락사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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