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등학교 운동 과열 논란

2025-01-24 (금) 12:00:00 문일룡 변호사, VA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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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운동에 재능이 없다. 그래도 운동 시합 관전은 참 좋아한다. 동료 교육위원들보다 훨씬 많은 시합을 관전하는 편이다. 시합 자체도 즐기지만, 시합을 보는 동안 골치 아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니 나에게는 일종의 휴식 같은 시간이다. 교육위원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기에 대부분 조용히 보고 나오지만, 다른 카운티 팀과의 시합이나 예전에 우리 아이가 출전한 시합에서는 나도 한때 극성 응원단원 중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은 우리 아이의 시합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다가 학교의 학생활동 책임자로부터 조용히 해 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내가 교육위원 신분이었기에 지적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지적받았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짐작이 간다. 그만큼 운동 시합은 때로 이성을 잃게 할 정도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페어팩스 카운티의 운동 시합에서도 이러한 이성 상실 사례들이 눈에 띄고 있다.

이미 여러 언론 보도로 알려진 헤이필드 고등학교 풋볼팀 관련 문제는 앞으로도 몇 달간 조사가 진행되어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외부 로펌을 고용해 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 비용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돕는 데 쓰이지 못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주의회에서도 이미 드러난 홈리스 학생 등록 헛점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풋볼 시즌이 끝난 후에는 다른 종목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여러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모든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단 한 팀이라도 문제가 사실로 드러나면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부자격 선수가 출전한 게임은 모두 몰수패로 선언되며, 경우에 따라 포스트 시즌 진출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코치나 학교 직원이 연루된 경우 인사상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선수 자격 논란 외에도 응원 과열 문제도 있었다. 어느 농구 시합에서는 응원하던 학생들의 과격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시합이 세 번이나 중단되었다고 한다. 과격한 언어는 상대 팀 선수뿐만 아니라 심판을 향하기도 했다. 한 번은 경기장에서 감독하던 교감이 심판에게 요청해 시합을 중단시키고, 과격한 언어를 사용한 학생이 자진해서 나올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응원석 몇 줄에 앉아 있던 학생들을 모두 퇴장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사례는 지난번 버지니아 주 풋볼 결승전에서 발생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팀이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경기 종료 직전 극적으로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추가 1점 킥을 성공시키면 동점이 되어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터치다운에 흥분한 나머지, 사이드라인에 있던 한 선수가 헬멧을 공중으로 던졌고, 그 헬멧이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반칙이 선언되었다. 이로 인해 추가 1점 킥의 지점이 15야드 뒤로 물러나게 되었고, 결국 1점 킥 대신 2점 득점을 시도해야 했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이 낮은 2점 시도가 실패하면서 페어팩스 카운티 팀은 패배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패배에 크게 실망한 일부 선수들이 헬멧을 던진 선수를 비난하며 패배의 책임을 물었고, 심지어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까지 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팀 코치가 선수들을 소집해, “경기에서 진 것은 실망스럽고 헬멧을 던진 것도 잘못이지만, 패배의 원인은 그날의 모든 공격 플레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며 흥분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이는 운동 시합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러한 사건들을 접하며 작년에 버지니아주 교육위원 협의회 컨퍼런스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버지니아 고등학교 운동 시합을 관장하는 Virginia High School League의 사무총장은, 그 단체가 지향하는 목표 어디에도 “운동 시합에서 이기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덧붙여, 규칙 위반이 있는 경우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만 인생에서 참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문일룡 변호사, VA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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