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2025-01-20 (월) 12:00:00
조형숙 수필가 미주문협 회계국장
모퉁이(corner)란 구부러지거나 꺽어져 돌아간 자리, 변두리나 구석진 곳을 말한다. 모퉁이는 감성적인 느낌을 준다. 모퉁이는 돌아서야만 알아차리는 느낌이 있다. 숨겨짐이 기다리고 있는 조금은 낯설다는 다른 길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왠지 가슴 한켠이 따사로워지는 온기도 가지고 있다.
지난 12월 29일 지미카터 대통령이 100세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 대통령 중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퇴임 후에 카터 센터를 세우고 평화를 위해, 인권 신장과 질병 퇴치를 위해 활약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존경 받고 있다. 그의 공로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람은 모퉁이를 돌아 계절을 함께 불러 온다. 한 사람이 수많은 흔적을 남긴 채 삶의 모퉁이를 돌아 본향을 향했다. 악수 한번 했던 적 없고, 한마디 말도 나누지 못했던 닿을 수 없던 만남 이었다.
그러나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모퉁이가 시렵다. 마음이 아리다. 흐르는 눈물 위로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크고 하얀 새 한 마리가 창공 어느 낯선 곳으로 날갯짓 한다. 누구나 서로를 비껴 간다 . 낯선 길로, 한번도 마주치는 순간 없이 서로를 스쳐간다. 오래 된 구멍가게 낡은 간판 흔들리는 조용한 길목, 모퉁이는 그 자리를 지켜 모든 것을 끌어 안았다. 떠난 사람의 세월이 가로등 불빛에 흔들리고 있다.
나는 아직 모퉁이 그 자리에 비켜 서 있는데, 모퉁이 언저리를 함께 했던 사람이 낯선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잊은 줄 알았던 나의 지난 날 들이 다 기억에 남아 있는데 가는 사람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 길을 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시공을 넘어서는 이별의 간격이 확연하다. 서로 마주치지 않는 눈길로 닿을 수 없는 발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간다. 나는 그의 흔적을 켜켜로 새기고 있고 모퉁이는 담담히 나의 흔적을 모두 알아 지키고 있다. 빙 돌아서야만 끝이 보이는 곳 모퉁이 그 골목을 나는 언제 돌아서게 될까.
모퉁이는 늘 경계에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성공과 실패의 경계, 다른길,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길, 누구라도 그 길에 섰다. 우리는 만나지 못해도 어느 모퉁이에서인가 살아간다. 가끔 들리는 부음이 가슴아프다. 그들의 지나온 역사를 다시 볼 때 나도 함께 나의 지난 날을 보게 된다. 내 열정의 나이에 보았던 가수나 영화 속의 배우들은 다 젊고 초롱한 눈이 빛났었다. ‘Engelbert Humperdinck’ 의 “Please release me let me go”의 영어가사를 노트에 적어 수 없이 따라 불렀다. 지금도 그의 바다 같은 푸른 눈을 기억한다. 노래는 이제도 여전히 아름다운데 노래 불렀던 가수는 노인이 되어 청춘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영상에 나타난다. 어느 모퉁이에선가 그가 살아 있어 내 빛나던 시절을 보게 해준다. 영화가 너무 좋아 영화관을 섭렵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의 배우들이 이제는 80세를 넘어 100세가 되었다. 알파치노 84세 로버트드니로 81세 더스틴 호프만 87세 클린트이스트우드 97세로 중후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노년이 고맙고 한편 안타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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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숙 수필가 미주문협 회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