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안보라인, 北비핵화 대신 위기관리 강조…대북접근 격변?

2025-01-15 (수) 04: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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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국방부·CIA 수장 지명자, 인사청문회서 대북인식 피력

▶ 루비오 국무 지명자, 韓日 등의 ‘독자 핵무장론’에 선 그어
▶ “실력 대등한 적국”·”세계지배 의지”…對中 매파 본색 드러내

트럼프 안보라인, 北비핵화 대신 위기관리 강조…대북접근 격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로이터]

14∼15일 이뤄진 상원의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 인사 청문회에서는 외교·안보 분야 요직 후보자들의 대북 인식이 일부 드러났다.

주목할 대목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등 외교안보 분야 3인방 중 누구도 '북한 비핵화'를 취임시 추진할 정책 목표로 거론하지 않은 점이다.

비핵화를 포기한다고 언급한 사람은 없었지만 위협의 '근본 원인 제거'보다는 '위기관리' 쪽에 무게를 둔 발언이 두드러졌다.


우선 헤그세스 지명자는 북한의 '핵보유국(nuclear power) 지위'를 거론했다.

북한 비핵화를 추구한 역대 미국 정부의 당국자들이 쓰기를 자제해온 '핵보유국'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한국, 일본 등에서 논란을 불렀다.

이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집권 1기 때)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고 '자랑'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인식을 반영한 것일 수 있었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없어지지 않는' 북한의 핵무기를 '실체'로서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대북정책을 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또 루비오 지명자는 "우리가 남북한, 어쩌면 일본,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을 포함하는 우발적 전쟁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encourage) 않으면서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자문한 뒤 "이것이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한국, 일본 등의 독자 핵무장에 선을 긋는 동시에,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전쟁 위험을 낮추기 위한 위기관리 쪽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볼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검토 기간을 거쳐 윤곽을 드러낼 것이나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관계자들의 인식은 '비핵화 지상주의'나 '비핵화 원칙론'과는 거리가 있었고, '현실적 위험관리' 쪽에 가까웠다.

향후 상황에 따라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미간 '톱다운(하향식) 식 외교'가 추진될 경우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 목표로 견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었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정강·정책에서 북한 비핵화가 빠지면서 거론됐던 우려가 좀 더 현실성을 갖는 형국인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 후보자들은 대중국 매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공세를 억지하기 위해 파트너 및 동맹국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군사적)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책임 있게 전쟁들을 끝낼 것이며, 더 큰 위협에 맞서도록 자원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해 우크라이나전쟁을 조기에 종결한 뒤 중국 견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을 시사했다.

루비오 지명자는 중국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가운데 거의 대등한 적국(near-peer adversary)"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 "대만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비용이 너무 높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과 같은 균형에서의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이번 10년(2020년 1월~2029년 12월)이 끝나기 전에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긴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 랫클리프 지명자는 "중국 공산당은 경제, 기술, 군사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며 "CIA는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계속 집중해야 하고 그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꿀 의지와 능력을 갖춘 유일한 존재라는 점은 현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도 강조해온 부분이지만 트럼프 2기 요인들은 중국의 군사적 역량과 대미 도전 의지를 한층 선명한 언어로 부각했다.

사실 미국 조야에서 중국의 군사·경제적 성장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초당적 공감대가 존재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현 조 바이든 행정부만해도 미중관계의 경쟁과 협력 양 측면을 동시에 강조하는 쪽이었다.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핵심 기술 공급망에서의 중국 배제를 의미)을 표방하며 중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중국과 협력 가능한 영역에서는 협력하며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대화 채널 유지에 공을 들였던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출범 이후 좀 더 현실적인 대중국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오지만 현재까지는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선명하고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예고하는 양상이다.

그리고 대중국 강경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누차 거론한 대중국 고율 관세와, 대중국 군사적 억지력 강화 등을 통해 경제와 군사 두 전선에 걸쳐 포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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