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줄임말

2024-12-12 (목) 08:06:23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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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워싱턴의 핫플” 이란 단어가 보였다. 무슨 뜻일까 하고, 기사 내용을 읽고 거꾸로 ‘핫 플레이스 (명소)’ 라고 해석이 되었다. 혼자 생각했다. ‘명소라고 쓰면 되지, 왜 핫플이라고 할까?’ 그것도 한글 신문에서 말이다.

이런 신문 기사 제목은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최근엔 “한국인 남매 최연소 변시합격’이란 제목이 보였다. ‘변시?’ 이 역시 기사 내용을 읽어보고 ‘변호사 시험’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추수감사절이 되면서 아이들 손에 들려 보낼 음식을 고르느라 유튜브에서 여러 요리 채널을 봤다. 한 요리 전문가는 “150도로 놓고 에프에 넣어 15분 돌리라.” 라고 한다. 처음엔 그 ‘에프?’ 라는 말을 못 알아 들었다. ‘에프킬라인가?’ 생각을 했다가, 후에 ‘에어 프라이어’ 기계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세상이 간편해지면서, 사람들은 말도 줄여서 한다. 한국인이라면 거의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은 “카톡”으로 불린지 오래고, 페이스북은 ‘페북”으로 불린다. 그나마 이런 말은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되었는데, ‘핫플’이나 ‘에프’는 아직은 낯설고 뒤의 내용까지 읽거나 들어봐야 한다.

학교 때 언어학 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도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하다 보면 몸 짓과 상대방의 눈빛, 그리고 놓인 상황에 따라 상대방의 말을 70%는 알아듣는다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가 전화 통화보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할 때 더 잘 이해하고 알아듣는 것과 같다. 줄임말이 많다보니 글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

돌이켜보면 내가 젊었을 때도 줄여서 부른 단어가 있었다. 학교 이름이 그랬다. 시대 나름대로 은어는 존재하지만, 요즘 들어 줄임말을 쓰는 경향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일간지 신문 제목에도 ‘핫플’ ‘변시’라는 말이 등장하니 말이다.

최근에 들은 가장 재미있는 줄임말은 ‘생선’이다. 듣는 사람은 당연히 ‘갈치? 참치? 조기?’ 를 생각했을 텐데, 막상 그 생선은 ‘생일 선물’의 줄임말이다. 이러다 올 추수감사절에 만든 ‘오징어 만두’ 는 ‘오만’으로 불릴 수도 있겠다.

줄임말을 나쁘다 좋다 할 수는 없다. 그냥 시대의 흐름이고, 그 시대에만 사용하는 은어인 셈이다. 더군다나 줄임말 사용이 세상의 변화라면 순응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신문이나 공적인 매체에서는 가능하면 줄임말보다는 본 말을 사용하면 좋겠다. 그 것이 세대를 어우른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문의 (703)625-9909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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