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평화와 자유 위해 목숨 바친 미 병사 무덤에 헌화를!
2024-12-10 (화) 07:58:20
이경애 실버스프링, MD
동이 트기 전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퍼붓는 겨울 빗속을 한 시간을 달려 펜타곤 근처까지 진입했으나 주차할 곳이 없었다. 알링턴국립묘지로 가는 길은 이미 자원봉사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몇 바퀴를 돌아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우리 일행도 그날의 6만 여명의 자원봉사자들 틈으로 밀고 들어갔다.
내 앞에는 4살쯤 된 쌍둥이 여아들이 대형 우산을 쓰고 웃고 떠들며 어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우산과 빨간 장화만 보였다. 나는 후일 그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비내리는 추운 12월에 왜 이 길을 걸어갔는지 그 값진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랬다.
옆을 보니 20대 후반의 젊은 여인이 허름한 옷차림으로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걷기엔 아직 어린 남자아이는 사과상자에 앉혀 거기에 끈을 매어 엄마 허리에 여러번 감아서 끌고 가고 있었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굳은 표정으로….
다른 한쪽에는 곱사같이 등이 굽은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반바지에 우산도 없이 꿀럭꿀럭 빗물이 새어나오는 신발을 끌고 헤아릴 수 없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앞사람 뒤꿈치만 응시하며 걷고 있었다.
이날 빗길에서 내가 만난 젊은 여인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애, 슬픔도 아픔도 다 삭아버린 듯 체념에서 오는 등굽은 할아버지의 쓸쓸한 미소는 그 후 오랫동안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들이 헌화하러 가는 그 숨겨진 사연은 무엇일까? 혹 가족이 그 참혹했던 한국전에서 전사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그만 목이 메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국립묘지로 들어가는 검은 철문을 통과, 화환을 실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초대형 트럭이 있는 쪽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서 한 유치원생이 박스에서 화환을 꺼내 내게 주면서 “Thank you for your participating…” 하며 수줍게 인사를 했다. 옆에서 보호자인 어머니가 비를 맞으며 조용히 웃고 서 있었다. 이 어머니는 비 오는 추운 겨울, 어린 아들을 이 곳에 데리고 나와 어릴 때부터 이렇게 봉사정신을 기르는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나는 이 어머니를 통해 왜 이 나라가 세계에서 위대한 국가로 군림할 수 있는지, 그 단면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었다.
2009년에 개봉된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이란 영화는 많은 미국 시민들을 감동시켰었다. 실화를 담은 이 영화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남의 나라에서 싸우다 희생된 한 병사의 죽음을 국가와 국민이 어떻게 기억하고, 슬퍼하고, 예우하는 지를 매우 소상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희생된 미국의 영웅들의 무덤에 바치는 이 헌화 행사는 매년 12월 성탄절 1-2주를 앞두고 50개 주에서 일제히 거행된다. 작년 12월 13일에 있었던 이 행사는 전국 4,200 곳에서 3백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동참했는데 그 중의 3분의 1인 백만 명이 미래에 이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어린이들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 어린이들의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 금년에는 12월 14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알링턴국립묘지에서 이 헌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 Korean-American들도 매년 열리고 있는 이 헌화 행사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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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실버스프링,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