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증하는 코인 사기
▶ 대부업체 공모해 대상 물색
▶ ‘손실회복’ 해준다며 2차 사기
▶ 이달 국내 코인거래량 13조
▶ 수사기관 경고에도 피해 늘듯
“피해자들끼리 서로 탓하게 만든 뒤 혼란을 틈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일부는 자신도 피해자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20대 직장인 A 씨는 한 가상자산 강연 업체에 투자 명목으로 5,600만 원을 입금했다. 업체가 운영하는 사설거래소가 실제 증권거래소로 정식 상장된 거래소와 유사한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었고 초기에 765만 원의 수익금이 입금돼 A 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 해당 거래소가 돌연 폐쇄됐다. A 씨는 업체 관계자들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답도, 예수금 및 담보금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으로 수익을 얻지 못했다는 불안감에 후발주자로 투자에 뛰어드는 이른바 ‘코인 포모(FOMO)’족들을 상대로 한 사기가 최근 가상자산 랠리를 틈타 활개를 치고 있다. 조직화된 사기 범죄 단체는 대부업자와 공모하거나 피해자들끼리 내분이 발생하도록 유도한 뒤 혼란을 틈타 자취를 감추는 등 갈수록 지능화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경남 김해중부경찰서에 한 가상자산 강연 업체를 상대로 제출한 사기 혐의 고소장에 따르면 해당 업체가 운영하던 거래소는 온라인 금융상품 거래 프로그램(HTS) 기능이 없는 가짜 시스템이었다.
사기범들이 피해자들 간 내분을 조장한 정황도 포착했다. 일부 리딩방 대화 참여자들이 “출금 신청을 했지만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항의를 하자 리딩방 관계자들은 출금 지연을 피해자들의 탓으로 돌렸다. 업체 관계자들이 “일부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사비로 출금 지연에 따른 보상을 해줬음에도 해당 참여자들이 거래소에 지속적으로 항의해 출금이 차단됐다”고 말하자 피해자들 사이에서 분란이 발생했다.
현재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하면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 사기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11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일평균 거래량은 92억3,843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분기 대비 6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가상자산 범죄 피해 액수는 가상자산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의 시세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개당 3,000만 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2021년 들어 급등하기 시작해 2021년 10월과 11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8,148만 원과 8247만 원을 각각 기록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부정적이던 가상자산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뒤집혀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결국 피해액도 2020년 대비 1364% 늘어난 3조1,282억 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3,000만~5,000만 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자 피해액 역시 2022년 1조192억 원, 2023년 1조415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시세가 오를수록 피해액도 함께 커지는 것이다. 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1억2,000만 원을 돌파해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하반기 피해액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가상자산 사기로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에게 “손실을 회복해주겠다”며 접근해 재차 돈을 갈취하는 일명 ‘2차 사기’도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가상자산 시세 급락으로 손해를 보거나 리딩방 등 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최근 폭등한 코인을 언급하며 수십 배의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유혹해 투자금만 가로채는 방식을 사용한다.
지난달 17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2021년 주식 정보를 제공했던 OO로 인해 손실을 본 사람들을 상대로 금감원 지시로 코인으로 보상 실시하고 있다’고 안내한 뒤 피해자 개인정보 취득해 피해자 명의로 비대면대출을 실행해 1억5,900만 원을 편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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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석·박민주·정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