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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이그나시어스 칼럼] 도널드 트럼프의 중재자 역할

2024-11-13 (수) 데이빗 이그나시어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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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 옳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도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이들을 해결하려면 강력하고 창의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임박한 트럼프의 집권은 미국과 세계에 심각한 위험을 안겨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선거전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했듯 세계는 지금 너무도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 따라서 정권 이양작업이 시작되는 시점에 분쟁 해결에 관해 그가 말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미국과 우방국들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의 정책을 실행할 방법을 궁리해보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여기서 녹음기를 되돌려보자: 트럼프는 지난 9월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열린 대중집회에서 “전 세계가 대폭발을 일으켰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출했다. 그는 반전후보를 자처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그의 가까운 친구들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와 가자에서 전개되고 있는 전쟁을 신속히 끝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9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전은 시급히 끝내야 할 전쟁”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해결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내가 직접 이쪽 저쪽에 이야기하고… 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협상을 타결할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숱한 인명 피해를 막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허튼 짓을 해선 안된다… 우리는 지금 3차 세계대전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에 퇴임한 이후에도 푸틴과 접촉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만약 했다면 그건 잘한 일이다. 국가적 측면에서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 받아쳤다.

트럼프는 가자에서의 전쟁 역시 끝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지난 4월 필자의 전 동료인 휴 휴윗과의 대담에서 그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회복해야 하며 더 이상의 인명살상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9월의 토론회에서도 트럼프는 “전쟁을 신속히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도 지난 여름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대통령 취임일까지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독재자 및 정치적 동지와 거래하려는 트럼프의 위험한 열정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많다. 사실 민주당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트럼프의 발언을 조롱했다. TV 토론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를 향해 “민주주의에 관심을 두는 대신 독재자들을 숭배한다”고 쏘아부쳤다. 민주당이 그에게 퍼붓는 전형적인 비난이다. 그러나 지금은 트럼프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도대체 그는 무슨 수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와 가자에서 신속하게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인가?

협상을 통해 공정한 우크라이나전 해법을 도출하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 조건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협상에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키이우의 공세가 중단된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은 불가피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견했다.

수개월 동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힘있는 위치에서 푸틴과 협상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러시아의 깊숙한 곳을 강타할 수 있는 장거리 ATACMS 사용 허가를 미국에 요청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젤렌스키의 ‘승리 전략’은 여러 면에서 협상의 플랫폼이다.

이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화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가 조속한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재앙적인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푸틴의 주머니 속에 갇힌 허깨비라는 인상 대신 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가 번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푸틴이 키이우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 서독, 핀란드와 오스트리아는 모두 호전적인 이웃을 다독이기 위해 타협했고, 그 결과 엄청난 번영을 이루었다. 트럼프가 추구해야 할 최상의 목표는 종전후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성공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러시아의 안전보장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만약 무언가 창의적인 시도를 하고 싶다면 협상 작업에 중국을 끌어들여라.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미래 행동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의 개입을 절실히 원한다. 바이든 행정부도 베이징의 개입을 유도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거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만약 트럼프가 시진핑 주석을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테이블로 불러낸다면 두 정상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레바논과 이란에서 벌이는 전쟁을 끝내기는 훨씬 간단하다. 네타냐후는 당초의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하마스는 군사적으로 궤멸상태고, 기세가 꺾인 헤즈볼라는 남부 레바논으로 퇴각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란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탓에 이스라엘에 성공적으로 보복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군 지도자들은 싸움을 끝낼 시간임을 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지도자들은 이번주 워싱턴에 가자와 레바논에서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그의 든든한 우군인 트럼프에게 대통령 취임후 협상을 마무리할 기회를 선사하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 IDF의 지도자들이 휴전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 전쟁은 조만간 끝날 것이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이 안보와 안정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도움을 주도록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의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트럼프를 평화중재자로 나서도록 격려해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그가 오랫동안 핵전쟁의 위험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과의 2016 대선후보 토론에서 트럼프는 “세계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핵무장과 핵무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그는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해리스와 토론에서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핵무기 때문에 이 전쟁은 이전의 전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임기는 여러모로 미국에게 해로울 수 있고, 선량한 시민들은 이런 위험을 막아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지구촌의 평화를 이루어낼 강력한 지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트럼프는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어떤 협상에서건 개인의 정치적 이익보다 국익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 또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데이빗 이그나시어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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