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앞에 닥친 고용절벽
▶ 중기 5곳 중 1곳만 정년제 도입
▶중기 5곳 중 1곳만 정년제 도입
▶노동시장 이중구조 악화 불가피
▶청년 ‘양질 일자리’ 박탈도 우려
‘14.5%.’
일본처럼 우리나라의 적합한 계속고용(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방식을 찾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학계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숫자다. 14.5%는 전체 고령자 가운데 현 60세 정년까지 정규직 임금 근로 일자리를 유지(퇴직 포함)하는 비중이다. 이 수치대로라면 우리는 60세에 이어 다시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에 나설 경우 고용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 법적으로만 정년을 늘리면 혜택은 임금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인 ‘14.5%’에만 쏠릴 수 있다는 또 다른 ‘불평등의 경고’라는 지적이다.
27일 대통령 소속 사회적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현 정부의 계속고용 방안은 노동계와 경영계·정부가 참여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의 논의와 합의 여부에 달렸다.
정부는 지난해 1월 2027년까지 고령층 고용 대책을 담은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통해 노사정 대화로 계속고용 방안을 마련한다고 장기적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계속고용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김민석 차관도 25일 국정감사에서 “경사노위에서 계속고용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정부 방향을 재확인했다.
올 6월 경사노위 내 신설된 계속고용위원회는 계속고용 방안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목표로 한다. 만일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안은 정부가 예고했던 ‘계속고용 로드맵’에 담겨 정책화→입법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계속고용 논의는 사실상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계속고용 방안이 노사정 대화 트랙을 밟는 이유는 정년 연장이 사회적 파장이 워낙 크고 심각한 노사는 물론이고 특히 세대 갈등을 만들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노사정 대화는 김대중 정부에서 정리 해고 합의를, 노무현 정부에서 노사 관계 선진화 합의를,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 대타협을 도출했다.
계속고용위원회 논의 핵심은 특정군이 아니라 전체 노사에 이로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올 7~10월까지 제1~6차 계속고용위원회 논의를 이끈 발제 자료를 보면 법적 정년 연장을 일괄적으로 강제하기보다 ‘일본처럼 민간에 계속고용 선택지를 줘야 한다’는 제언이 주를 이뤘다.
고용시장 불평등의 경고인 ‘14.5% 분석’은 8월 제4차 회의에서 다뤄졌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의원은 당시 발제자로 나서 “60세 정년제가 온전하게 안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년을 그대로 둔 조건에서 의무 재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일본)과 정년과 의무 재고용 연령 사이에 일정한 간격(5세)을 유지하는 방안(싱가포르)을 참고해 한국에 적합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계속고용의 관건은 청년 일자리 기근을 해결하고 60세 정년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최근 노동연구원의 ‘청년의 첫 직장 분석’에 따르면 청년(15~29세)의 첫 직장(임금근로자) 중 전일제 일자리 비중은 올해 76%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85.5%)과 비교하면 9년 만에 9.5%포인트나 급락했다. 학력이 고졸 이하인 경우는 이 비율이 66.5%로 더 나빴다.
이 상황은 청년의 취업 포기로 이어졌다. 7월 청년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44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산업 현장의 낮은 정년제 도입은 60세 법정 정년 효과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기업 99%가 중소기업인데 2022년 고용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체 중 21.9%만 정년제를 도입했다.
만성적인 인력난 탓에 이미 정년을 넘겨 일하는 근로자가 상당수라는 얘기다. 하지만 300인 이상은 94.3%나 도입했다. 추가 법적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이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별 임금 격차 등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이중구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영면 경사노위 계속고용위원회 위원장도 4차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만 염두에 두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고용시장의 불평등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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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곤 고용노동전문 기자>